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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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3. "항상 밝은 쪽을 보는 걸 잊지 마세요. 그 참들이 행운을 가져다줄지도 몰라요."


결혼 상대의 과거는 서로 묻어두고 결혼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대방의 과거를 알아서 서로에게 좋을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 속 노인은 40여 년을 함께 살았던 죽은 아내의 과거를 따라 모험을 시작한다. 그저 잔잔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열어본 소설의 시작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아내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노인의 담담한 일상을 담고 있을 줄 알았던 소설은 참 팔찌의 등장과 함께 미스터리 소설의 영역으로 빠져든다. 참 팔찌에 달린 참 하나하나의 의미를 찾아 나서면서 노인 아서의 침울했던 일상은 저 멀리 사라지고 만다.

 자신이 보지 못했던 참 팔찌의 등장으로 아내 미리엄의 과거 시간을 찾아 나서는 남편 아서. 이야기의 시작부터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배우자의 과거 시간을 찾아 나서는 것이 좋은 일일까?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 추억의 파편들을 맞추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특히 고인이 된 배우자의 과거를 들추어 낼 필요가 있을까?라는 많은 질문을 품고 패드라 패트릭<아서 페퍼-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를 만나 보았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누군가와 인연을 시작하면서 또는 그 인연을 이어가면서 그 누군가의 과거를 다 알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아서는 왜 무엇을 위해서 아내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 모험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이 아내의 죽음으로도 끝나지 않은 까닭인듯하다. 미리엄의 죽음 이후 일 년여를 은둔하듯 살아온 아서에게 자신이 모르는 아내의 과거 추억을 찾아보는 시간은 아내와의 진정한 이별을 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 참 팔찌는 남편 아서에게 죽은 아내 미리엄이 선물로 주고 간 새로운 인생의 시작일 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에서 일흔 살 생일을 맞이하는 노인 아서와 함께 팔찌에 담긴 추억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한 경험이다. 죽은 아내의 결혼 전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갖게 되는 묘한 감정들을 공감할 수 있는 행운은 이 작품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아내의 과거를 따라간 모험에서 조금씩 자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가는 아서에게서 자아를 찾아 조금씩 과거를 지나 미래로 나가야 하는 우리들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며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해 가는 아서의 여행은 아내 미리엄이 처음으로 떠났던 곳에서 끝을 맺는다. 아마도 그곳에서 아내 미리엄이 인생의 여정을 시작했듯이 이제 남편 아서도 그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될 것이다. 읽는 동안 아내에 대한 사랑과 가족 간의 사랑 그리고 이웃 간의 사랑까지 느낄 수 있었던 정말 재미난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이 담겨있는 달콤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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