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도 - 2018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도서, 2024 양산시립도서관 올해의 책
강남주 지음 / 산지니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통신사에 관한 기록들이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시작된 교류였지만 당시로서는 죽음을 건 항해를 바탕으로 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하다. 그리고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일 공동 등재 한국 측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저자 강남주를 통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본다. 저자는 176310월에 일본으로 떠났다가 17648월에 조선으로 돌아온 조선통신사 일행 중 사행선의 기선장으로 참여했던 변박의 이야기를 작은 기록들을 토대로 소설로 탄생시켰다. 산지니 출판사에서 나온 <유마도>를 통해 조선통신사 변박을 만나본다.

 

저자가 변박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조선통신사의 일행이어서가 아니라 일본의 섬에 있는 절에서 발견된 <유하마도>라는 그의 그림 때문이었다고 한다. 조선통신사의 일원이기는 했지만 문화교류와는 거리가 있었던 변박의 그림이 왜 조선통신사의 행로와는 동떨어진 일본 본토와도 거리가 있는 섬에서 발견되었을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된 저자의 행보는 부산 동래의 이름 없는 화가 변박의 삶을 재미나게 보여주고 있다. 동래부의 장관청 하급 관리였던 변박이 어떻게 조선통신사의 일원으로 일본을 다녀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보물로 지정된 그가 그린 두 점의 그림으로부터 시작된다. 역사 시간에 임진왜란을 배울 때면 등장하던 그림들 중 하나인 부산진 순절도동래부 순절도가 바로 변박의 그림이다. 정사 조엄의 배려로 일본으로 가는 길을 나설 수 있었지만 정식 화원으로서 조선통신사 일행에 참여하지 못했기에 여정 중 문화교류에도 참여하지 못한듯하다. 그럼 언제 어떻게 그의 그림이 일본의 섬에 위치한 절로 가게 되었을까?

 

이 책은 소설이지만 조선통신사의 의미에서부터 그들의 험난했던 여정까지 담고 있어서 조선통신사에 관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또 변박이 걸었던 길을 함께 느끼며 소설 속을 걷다 보면 원조 한류를 만날 수 있는 즐거움도 준다. 진정한 원조 한류를 찾는다면 아마도 조선통신사 일행들일 듯하다. 우리의 선진 문화를 자랑스럽게 일본인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주던 우리의 조상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소설 내용은 조선통신사 일행들이 걸었던 여정이 주가 되지만 변박의 그림이 어떻게 일본의 섬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게 담겨있다. 조금 더 흥미로웠던 점은 <유하마도>가 그려질 당시 대마도의 정세를 담고 있어서 일본의 역사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에 기록된 작은 것들을 조화롭게 잘 버무려서 너무나 큰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작은 소설이지만 변박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역사 실록을 한편 읽은 듯한 뿌듯함을 주는 책이다.

 

지금은 사라진 두 나라의 신의를 소통의 근본으로 삼았던 조선통신사의 이야기가 새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서로 소통하는 길이 끊어지면서 비극적인 역사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깊은 상념에 빠져들게 한다. 아직도 서로를 반목하며 서로의 주장들만 펼칠 수밖에 없는 것은 지난 역사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일본과 스스로 정화하지 못한 과거에 발목을 잡혀 있는 대한민국이 언제쯤 서로 신의를 갖고 소통하게 될지 의문이다. 그런 날이 오기 위해서는 일본의 진정 어린 사과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 싸움에서도 때린 아이가 먼저 사과하지 않는가? , 소설의 제목이 <유하마도>가 아니고 <유마도>인 까닭은 무엇인지 만나보는 즐거움은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