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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와 천둥 - 2015 지역출판문화 및 작은도서관지원 우수도서
이규정 지음 / 산지니 / 2015년 3월
평점 :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 72주년 경축사를 통해서 알게 되었던 독립운동가 대암 이태준 선생님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쓴 이규정의 장편소설 <번개와 천둥>을 산지니 출판사를 통해서 만나본다. 산지니 출판사를 통해서 보았던 소설들은 모두 다 커다란 울림을 주었기에 이번에도 큰 기대를 품고 책장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면서 느낀 많은 감정들 중에서 가장 큰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생면부지의 몽골인들을 위해 의술을 베풀고 그곳에서 얻은 이익은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민족을 위해서 아낌없이 주었던 그의 아호처럼 커다란 바위 같은 대암 이태준의 삶은 나와 가족만을 위해 살면서 힘들다 엄살떠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했다. 아마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뇌물을 받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는 오늘의 위정자들에게는 더욱 커다란 울림을 줄 것이다. 국회의원들과 정부 고위 관리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유만 된다면 그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대암 이태준 선생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내용은 이태준 선생이 고향을 떠나 의사가 되고 독립운동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대암 선생이 몽골에서 의술을 펼치며 독립자금을 모아 독립운동에 헌신하다가 어린 딸, 부인과 함께 비참한 운명을 맞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정말 가슴 아픈 소설 같은 삶을 살다 간 이태준 선생에 대해서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점이 안타깝고 부끄럽기만 하다. 특히 도산 안창호 선생님과 대암의 대화를 읽으면서 성실하지 못했던 젊은 날들이 후회되고 부끄러웠다.
"진리는 반드시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어지는 날이 있는 법이지요. 우리는 진리와 정의를 위해 살아야 하고 , 진리와 정의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야합니다."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도 죽어요..."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일본도 아니요. 이완용도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들 자신입니다. 우리 각자의 인격이 비루하고 생각이 비좁아서 일본에게 당한 것입니다...우리는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꿈에라도 진실을 잃으면 통회해야 합니다."
독립운동의 한 축을 이루었던 종교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순수한 종교의 힘으로 진정한 진리를 위해 자신의 안일보다는 타인, 그리고 민족의 안위를 위해 일생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준 종교의 참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종교는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오래전 우리에게 독립을 꿈꾸게 하고 진정한 사랑을 일깨워준 참된 종교의 모습이 보고 싶다. 대암의 몽골에서의 모습은 요즘 주위에는 없을 것 같은 진짜 의사의 모습이었다. 환자를 고객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보는 진짜 의사의 모습을 보고 싶다.
대암은 두 딸을 동생 내외에게 맡기고 고향을 떠난다. 미안해하는 형에게 당연히 자신이 키워야 하는 냥 조카들을 맡는다. 100여 년 전 우리들 가족의 모습이다. 가족 간의 사랑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나날이 삭막해지는 까닭은 가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가족 간의 사랑이 사라진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족의 힘이 우리 민족의 힘이었는데 이제는 명절에도 잘 모이지 않는 너무나 개인적인 사회가 돼버린 듯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홀로된 부모를 두고 자립이라는 이름으로 집을 나가 홀로 사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든다.
대암과 김필순과의 대화에서 윤리와 도덕의 실종을 걱정하는 내용이 나온다. 100여 년 전부터 우리 사회는 일보의 침략으로 인해 윤리와 도덕이 실종되어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일본의 앞잡이였던 자손들은 풍족하게 살고 있고 독립운동으로 가족을 신경 쓰지 못했던 의인들의 자손들은 어렵게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어둠은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데서오는 아픔이고 슬픔일 것이다. 일제 잔재를 청산함으로써 바로 세울 수 있었던 윤리와 도덕은 이제 더욱더 바로 세우기 힘들어진 것 같다. 사람을 사람 자체로 보지 않고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으로만 보는 ‘돈’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 버린듯하다. 자신이나 가족의 안위보다는 독립을 위한 길을 선택하고 막대한 돈을 독립을 위해 조달했던 대암의 큰 뜻이 너무도 그리워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