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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맛 7작 - 제1.2회 테이스티 문학상 작품집
박지혜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11월
평점 :
그동안 다양한 공모전을 통해서 국내 장르소설 발굴에 힘써 온 황금가지에서는 2015년부터 음식을 테마로 한 장르소설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제1회는 '고기'를 테마로, 제2회는 '면'을 테마로 한 공모전[테이스티 문학상]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모아놓은 작품집 <7맛 7작>을 만나보았다. 우리들에게 필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방송에서도 음식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음식을 테마로 한 글을 만나본다는 것 자체로도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맛난 음식들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설렘을 안고 맛난 제목의 단편집을 열어 본다.
이 작품집에는 총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고기'를 주제로 한 두 개의 작품과 '면'을 주제로 한 네 개의 작품 그리고 특별수록 한 한 개의 작품이 우리를 맛난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간다.
[해피 버스데이, 3D 미역국!]은 미래에 우리가 만나게 될 음식 문화를 미리 엿보게 해준다. 3D프린터가 모든 음식을 만들어 주지만 생일날 먹는 특별한 미역국만은 만들어 내지 못한다. 아마도 미역국에 담긴 사랑만은 만들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주인공과 함께 만나게 될 사랑이 듬뿍 담긴 미역국은 우리들에게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비님이여 오시어]는 한편의 역사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작가의 이름을 다시 한번 보게 만든 작품이다.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왕의 명령으로 제주에 사는 영물 용을 잡아 요리해야 하는 대령숙수의 이야기가 정말 맛나게 요리되어있다. 그 맛난 요리에는 맛난 재미와 향기로운 사랑이 서로 잘 어우러져 향긋한 용 고기 내음을 풍긴다. 그런데 용의 염통의 맛은 어떨지 꼭 한번 맛보고 싶다.
[스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은 계약 결혼을 하게 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다. 너무나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의 아픔과 슬픔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아픔과 슬픔을 진정한 사랑으로 극복한다는 정말 가슴 훈훈해지는 작품이다. 그 극복을 돕는 역할을 남의 불륜을 파헤치는 '사립탐정'이 한다는 점도 색다르다. 그리고 맛난 많은 스파게티들의 등장은 덤으로 주어진다.
[류엽면옥]은 아프고 슬픈 일제 치하의 경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립을 향한 염원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냉면집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자신의 안위를 잊은 채 남을 돕고 독립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태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독립운동에 작은 힘을 보탰던 이들의 자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의 자손들이 시장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는 이상한 나라.
[하던 가닥]은 작은 국숫집이 배경이다. 그곳의 주인은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 직업을 함께하던 직원이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면서 둘은 멀어진다. 하지만 여인이 직원의 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직원은 다시 국숫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끝난 줄 알았던 자신의 일을 다시 처리하게 된다. 마지막 임무가 돌아와서 첫 임무가 되는데 일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군대 귀신과 라면 제삿밥]은 귀신과 함께 군 생활을 한 평범한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책 속에 묘사된 귀신의 모습은 너무나 무섭지만 귀신이 벌이는 일들은 너무나 귀엽고 재미나다. 어두운 군 생활을 그리고 있지만 정말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많은 라면을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은 덤이다.
[커리우먼]은 카레를 소재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환상적인 꿈을 꾼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누군가 카레를 너무나 많이 만들고 있다면 그 사람을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 사람에게 어떤 무서운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모든 작품들이 재미와 감동을 함께 준다.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두 가지를 모두 줄 수 있는 작가들의 다른 이야기들도 만나보고 싶다. 아마도 이제 곧 스티븐 킹을 능가하는 이야기꾼이 될 것 같은 작가들이다. 유쾌하게 읽다가도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들이 맛있는 음식들과 함께 담겨있는 작품집이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맛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서점으로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