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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
엔리코 이안니엘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P.263."기억해라, 이시도로.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흥얼댈 뿐이고 고통을 겪어본 사람은 노래를 부른단다."
얼마 전 우리나라 남부 포항에도 지진이 발생해서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커다란 피해를 주었다. 현대문학에서 나온 엔리코 이안니엘로의 장편소설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는 1980년 발생한 이탈리아 남부의 지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지진이라는 커다란 자연재해 속에서 한 소년이 겪은 아픔과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픔을 이야기하고 슬픔을 보여주고 있지만 눈물 속에 머무르는 이야기가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보여주어 슬픔과 아픔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한 소년의 성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철새들이 지나는 길목인 마티넬라라는 마을에 사는 열 살 난 소년 '이시도로 라지올라'가 주인공이다.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색다른 소통 방식을 보였다고 한다. 울음이 아니라 휘파람을 불어 세상과 소통했고 이제 소년은 그 휘파람으로 새와 대화를 나누는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게 된다. 소년의 특별한 휘파람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소년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준다. 이시도로 시플로틴. 휘파람 소년.
P.174. 예전에는 언어가 그들을 가둬두는 새장이었는데 휘파람으로 드디어 새장을 박차고 나온 것 같았다.
소년이 말보다 휘파람을 더 좋아하게 되고 인도 검은 새 알리와 친구가 되기까지에는 소년에게 꿈을 심어주고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도움을 준 소년의 부모님의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교육이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보는 눈을 가진 아버지와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마음을 가진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소년을 강하게 키운듯하다. 그런 부모님을 지진이라는 커다란 자연재해로 인해 동시에 잃게 된 소년의 슬픔은 그의 목소리마저 잃게 만든다. 실어증. 그런 고통스러운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게 하는 중요한 역할도 휘파람이 맡는다.
P.204."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을 때, 헤어져보면 알고 떨어져보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
1부에서 자유롭게 휘파람을 통해 자존감을 키우던 소년은 2부에서 휘파람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사랑과 이별을 배우게 된다. 이 작품은 소년의 성장을 통해서 삶의 진정한 의미와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고 있어서 좋다.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사랑을 통해서 행복을 찾아가는 소년의 발걸음이 우리를 희망의 휘파람 속으로 이끌어가고 있어서 좋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소년을 사랑으로 자유롭고 강한 자존감을 가진 어른으로 키워주는 길을 여러 어른들이 도와주고 있어서 좋다. 어른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해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원더풀 한 인생을 살고 있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원더풀 한 인생을 보여주고 세상의 아픔을 간직한 많은 사람들에게 원더풀 한 인생을 선물해주는 책이다. 휘파람으로 새와 대화하는 소년의 자유롭고 행복한 영혼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꼭 한번 가져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