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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류바
박사랑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평점 :
P.146. "모든 결정적인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납니다...
201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 박사랑의 단편소설집을 창비를 통해서 만나본다. 등단작 두 편 <이야기 속으로>와 <어제의 콘스탄체>를 포함해서 2016년 여름까지 발표했던 작가의 열 편의 단편들을 담고 있다. 책을 즐겨 읽은 지 얼마 안 돼서인지 단편소설은 좀처럼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 작품집 속의 이야기들도 그리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단편들보다는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열 편의 이야기들을 다 읽고 권말에 실려있는 작품 해설을 읽고 내가 느끼고 이해한 것들이 어느 정도 맞는듯해서 더욱 좋았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보여주고자 했던 생각들이 해설에 충분히 실려있다면 말이다.
이 작품집을 읽으면서 단편이 가진 함축적인 이미지를 이렇게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열 편의 이야기들이 각자 다른 색다른 재미와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열 편을 모아놓은 작품집의 매력을 배가시켜주는 것 같다. 작가의 정확한 의도는 알지 못하지만 작가는 <스크류바>와 <울음터> 그리고 <하우스>를 통해서 어머니로서의 ‘모성’과 사람으로서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억눌리고 살았던 여성들의 ‘본성’을 ‘모성’이라는 울타리에서 끄집어내려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느낌은 싫지 않았다. 여자로서의 삶이 어머니로서의 삶보다 더 행복하다면 그 길을 가는 게 진정한 삶일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작가는 작가로서의 삶의 고뇌를 <바람의 책> <이야기 속으로>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책을 펼치면 펼칠수록 늘어만 가는 책의 페이지. 하지만 내용은 사라지고 없는 정말 신기한 책을 통해서 글쓰기의 고통을 말해주고 있는 듯해서 새삼 우리 작가분들의 작품들이 사랑스러워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작품은 세월호의 비극을 슬며시 보여주며 사건이 일어난 날짜를 물어오는 <사자의 침대>였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할 것들을 사는 게 힘들다는 핑계로 자주 잊고는 한다. 아마도 작가는 그런 핑계들을 잠재우고 잊지 말자고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사회 부조리를 참지 못해서 어려움에 처하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진정한 영웅의 이야기가 담긴<히로우 열전>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너무나 가슴이 먹먹했다. 평범한 우리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멍청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를 지켜온 영웅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듯해서 좋았다. 다른 작품들도 각기 다른 색으로 우리들 마음을 색칠해주고 있다.
너무나 멋진 이야기들이 담긴 매력적인 작품집이었다. 아마도 ‘박사랑’이라는 작가의 다음 작품은 더욱 멋진 색을 띠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작가의 차기 작품이 너무나 기대된다. 개인적인 바람은 차기 작품은 장편 소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멋진 글로 다시 찾아올 작가와의 만남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