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아름다움은 항상 숭배의 대상이 되어왔지.

하지만 그거 알아?

때론 죽음을 부르는 치명적 이유가 된다는 것"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여러 나라들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세계적인 스릴러 작가인 카린 슬로터의 조금은 색다른 시선이 매력적인 <예쁜 여자들>R H K(알에이치코리아)를 통해서 만나본다. 다른 스릴러 소설들과는 조금 다른 접근법을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작품이다. 사건이 해결되는 동안 이야기는 피해자 주변인들의 삶을 조명하고 그 속에서 사건으로 인해 그들이 잃어버리게 되는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야기는 두 자매 클레어와 리디아, 그리고 자매의 아버지 샘, 세 사람의 시점에서 번갈아 화자가 바뀌면서 전개된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실종된 이 세 사람들의 또 다른 가족 줄리아가 있다. 20여 전 실종된 10대 소녀 줄리아. 저자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이 작품은 범죄 사건 자체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주가 아니다. 이 작품은 범죄 사건 발생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시선으로 범죄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즉 작품은 사라진 소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하는 동시에, 줄리아의 실종 이후 변화하는 사람들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슬픔과 상실감으로 인해 고통과 분노에 사로잡혔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죄책감과 자기 파괴로 귀결되는 약한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종국에는 이를 극복해 나가는 강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두 자매는 서로 이야기를 나눈 지가 18년이 넘을 정도로 소원한 사이다. 하지만 클레어의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조금씩 피어나는 의문들로 두 자매는 다시금 20여 년 전 자신들의 자매 줄리아의 실종과 마주하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20여 년을 잊고 살던 아니 잊고 싶었던 사건을 다시 떠올리는 건 그리 좋은 일 같지는 않다. 자신의 딸에게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비극적인 일들을 상상하며 결국은 자살이라는 자기 파괴의 길로 들어섰던 세 자매의 아버지 샘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20여 년 전 이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떤 진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를 다 읽은 후 찾아오는 느낌이 다른 범죄 스릴러의 끝에서 느낄 수 있는 후련함과 안도감 등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의 끝에서 만난 이야기의 느낌은 진한 가족애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음으로 가족들을 대하게 될 것 같다. 점점 더 쌀쌀해지는 날씨 탓에 먼 곳에 계시는 가족들이 더욱 그리운 이 가을에 읽는다면 흥미로운 스릴러의 재미와 함께 가슴에 커다란 울림을 주는 감동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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