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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살아남기 - 우리가 몰랐던 신기한 전쟁의 과학
메리 로취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8월
평점 :
전쟁은 인류를 파괴함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과학 발전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통조림도 먼 거리를 이동하여 전쟁하기 위해 발명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의 과학이라고 하면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무기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고, 아군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적군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줄 수 있는 무기 개발이 전쟁 과학의 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선입견과 편견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 있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전쟁에서 살아남기>에는 무기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무기에 의해 피해를 입을 사람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연구들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책의 저자 메리 로치는 사람을 죽이기 위한 전쟁 과학이 아니라 사람들의 피해를 줄일수 있는 전쟁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제목과 표지 그림만으로는 전쟁에서 사용될 새로운 무기들을 많이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신무기를 만나볼 생각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정말 따분하고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사실상 이 책에는 총알이나 열기 등을 막아줄 수 있는 피복이나, 전쟁의 소음에서 귀를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 등 전쟁 속에서 사람을 보호하고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조금은 낯설고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내용들이 들어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매력적인 것 같기도 하다. 구더기로 상처를 치료한다는 생각이나 적들에게 폭탄을 대신해서 최음제나 악취제를 사용한다는 생각은 너무나 엉뚱하고 낯설어서 환영받지 못할듯하다. 그 효과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자신의 몸에 구더기를 키우는 것은 정말 최후에 수단이지 싶다.
기발하다 못해 엉뚱하기까지 한 많은 생각들이 담겨있다. 또한 그런 기발한 생각들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실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다소 엉뚱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연구들은 우리 인류를 전쟁의 상처로부터 보호하고 치유하기 위한 정말 인류애가 넘치는 연구들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왠지 모르게 따뜻하다. 그리고 전쟁 과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만날 수 있어서 이 책은 새롭다. 인류가 가장 피해야 하는 가장 큰 한 가지가 전쟁일 것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최선의 노력으로 대비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연구가 지금도 이름 모를 연구자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그 연구가 전쟁이 아닌 평상시의 인류를 위해 사용되길 바라본다. 아마도 저자도 지금보다 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이 책을 저술했을 것 같다. 무기를 연구하는 전쟁 과학이 아닌 전쟁 속 인류애를 연구하는 전쟁 과학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