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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919/pimg_7904701911742052.jpg)
실제 조직 '지하철도'가 노예를 북부와 캐나다로 도주시킨 루트를 표시한 지도
P.314. ...정의는 느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결국엔 언제나 참된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6년 전미도서상, 2017년 퓰리처상 등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을 만나본다. 이 책의 저자 콜슨 화이트헤드는 장르를 넘나들며 개성 있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지만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고 한다. 이 책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그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로 미국의 역사적인 흑인 노예 해방 조직인 '지하철도'를 모티브로 자유를 찾아 탈출하는, 탈출해야만 했던 노예 소녀 코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마 전 퓰리처상을 받은 단편소설을 읽으며 난해하다는 생각을 품었던 터라 이 책은 또 어떤 난처함을 줄까 하는 두려움과 오프라 윈프리와 오바마가 읽은 책이라는 기대를 안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야기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의 한 대농장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어디로 가는지 왜 잡혀가는 지도 모르게 미국의 노예선을 타야 했던 아프리카의 어두운 밤에서 시작되는 듯하다. 대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던 흑인 원주민들이 이름 모를 땅에서 '자유'를 박탈당하고 노예로 살아가야 하는 아픔과 슬픔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소녀의 할머니 아자리는 힘들고 아픈 노예의 삶을 살았고, 소녀의 어머니 메이블은 어린 딸 코라까지 버리고 자유를 찾아 탈출한다. 그리고 남겨진 어린 소녀 코라는 탈출한 어머니를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어린 소녀에게 노예로 사는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어쩌면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정신적인 괴로움과 세상에 혼자 남겨진듯한 외로움이 어린 코라를 더욱 힘들게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쯤 코라는 '지하철도'의 도움을 받아 대농장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탈출에 성공한 코라의 빛나는 미래를 함께하고 싶었지만 탈출이 곧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어찌 보면 탈출 전보다 더한 고통 속을 헤매고 다니는 코라를 따라서 '지하철도'에 오른다. 책의 처음에 등장하는 미국 지도가 왜 필요한지 코라와 함께하면 알 수 있다. 책을 읽다가 지도로 지명을 확인하고는 '제발, 조금만 더 북쪽으로 가자'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혼잣말을 하게 된다. 코라가 처음의 행선지를 '지하철도'가 갈 수 있는 북쪽 끝으로 잡았다면 코라의 삶이 조금은 더 쉽지 않았을까.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지하철도'는 작가가 만들어낸 자유를 향해가는 허구의 기차이다. 작가가 노예 해방 조직의 이름 '지하철도'를 실제 지하 철도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지하 깊은 곳에 있는 기차를 타고 코라의 탈출은 시작되고 끝을 마지 하게 된다. 코라가 탄 지하 철도는 코라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사해 주었을까?
P.68. 백인들이 당신을 잡아먹지만 때로 흑인들도 당신을 잡아먹는다.
한 소녀의 자유를 향한 진념이 녹아들어 가 읽는 작품을 읽는 내내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지금의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또 그런 삶에 충실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 소녀는 '자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까 아마도 소녀는 혹독한 육체적인 고통과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탈출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들어 세계가 새로운 인종차별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듯해서 이 책의 가치를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며 존중하는 '소통'이 필요한 요즘 정말 필요한 작품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