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사갈녀 : 뱀과 전갈처럼 남에게 해를 가하는 여자를 비유한 말.


색다른 소설을 만나본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여러 소설들을 만나보았지만 실화의 팩트들을 바탕으로 작가가 상상력을 불어넣어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들의 심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은 처음 접해본다. 특히 이미 죽임을 당한 피해자 57세의 여교수의 이야기를 여교수 자신이 직접 풀어가는 부분은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알 수 있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보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들이 팩트 위주에 혹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식의 전개를 가졌다면 현대문학에서 나온 대만 작가 핑루의 장편소설 <검은 강>은 사건의 팩트보다는 사건의 중심에 선 이들의 심리에 더 초점을 맞춘듯하다. 왜 그들이 그런 결정을 해야 했을 까에 더 중점을 두고 돈과 치정에 얽힌 개인적인 사건을 신분에 대한 그리고 결혼 제도에 대한 우리 주위의 사회 문제로 확장시켜 놓은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P.29. "꼭 행복해질 거야!"


작가는 책의 말미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서 이 작품을 통해서 세상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소설이 사건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인성이라는 문제에 회색 지대를 남겨 출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흑백의 논리에 빠져 흑 아니면 백이라는 분열된 생각들이 우리 사회를 더욱 양분화하고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래서 작가는 27세의 커피숍 점장의 이야기를 창조했는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에서 이 젊은 여성은 검은 강처럼 어두운 삶을 살면서 밝은 미래를 꿈꾼다. 그녀가 서있던 곳이 '회색 지대' 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죄는 이미 법이라는 제도에 의해 결정되었지만 작가는 그녀가 서있던 회색 지대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를 응원하고 있는 같다. 그녀가 꿈꾸고 외치던 밝은 미래와 행복은 '검은 강'의 심연으로 사라져버렸지만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자전'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작가는 '자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색 있는 매력은 책의 중간중간 이번 살인사건에 관한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이 파트를 통해서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어 새로운 가설의 문을 열어보려 한듯하다. 또한 이 책을 접하는 이들에게 생각의 폭을 넓혀 보기를 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론 지어진 사건을 배경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역량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책장을 덮으면서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 된다.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듯하지만 정말 다양하고 폭넓은 생각을 품게 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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