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엉 - 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2017 부산문화재단 우수도서, 2017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북투필름 참가작 선정도서
서성란 지음 / 산지니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성란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쓰엉>을 산지니를 통해 만나본다. 아직 책과 친해진지 오래지 않은 까닭에 서성란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해본다. 그래서인지 더욱 설레며 책장을 넘겼다. 책의 표지와 제목에서 이주 여성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담겼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되었고 책날개의 작가 소개에서 작가의 박사 학위 논문 제목을 보고 이주 여성 문제를 다룬 소설이겠구나 하는 섣부른 확신을 하게 되었다. 이주 여성이 등장하기도 하고 이주 여성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도 보여주고 있어서 이주 여성의 문제를 다룬 작품인듯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근본적인 인간의 내면을 그리고 있은 작품인 듯하다.


'우리'라는 어설픈 공동체 의식으로 '우리'와 조금만 다르면 이상하게 보고 거리를 두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베트남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와 사는 여자 [쓰엉]과 도시에서 시골 마을의 외딴 집에서 마을 사람들에 녹아들지 못하고 사는 여자 [이령]은 잘못된 '우리'의 텃새에 희생양인 듯하다. 하지만 두 여자가 다른 문화 속에 살아가는 방법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 한 여자는 '우리' 속에서 폭행과 폭언으로 힘든 날들을 보내지만 그 속에 머무르려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여자는 '우리'밖에서 그들과는 다른 시간을 보내려 한다. 그런 시간과 공간 속에서 두 여자는 서로 다르기에 서로를 동경하게 되는 듯하다. 작가가 작품 속에서 많이 쓴 표현을 빌려 쓰자면 "서로 다르지만 서로 같았다"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캐릭터들이다.


"여자는 마을 어느 곳에나 있었고 아무 데도 없었다."


이야기는 두 여자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두 여자를 둘러싼 남자들이 중심에 나오게 된다. 아내와의 이혼 후 [이령] 과의 열정적인 사랑으로 다시 시(詩)를 써보려는 문학평론가 규완과 [쓰엉]의 주정뱅이 남편 김종태, 그리고 벙어리 강동주가 보여주는 욕망들이 이야기를 절정으로 끌어간다. 그리고 시골 산속의 외딴 '하얀 집' 과 함께 이들의 이야기도 끝을 맺는다. 흥미롭고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수시로 바뀌는 화자들로 인해 더욱더 입체감 있게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들의 심리를 너무나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는 점은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인 듯하다. 이주 문제를 다룬 사회 소설이라기보다는 주인공들의 심리 표현이 아주 우수한 심리 스릴러 같은 작품이다. 우리 주위에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쓰엉]이나 [이령]같은 이들이 나와서는 안될 것이다. 진정한 '우리'가 되기 위한 배려와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