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를 두려워하는 너의 눈빛, 그걸 계속 보고 싶어. 영원히."


미국의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 '킨들'을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B.A.페리스 의 데뷔작 <비하인드 도어>를 만나 본다. 전자책으로 시작해서 종이책 100만 부 이상을 출판한 정말 흥미로운 책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은밀함'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릴러 소설이다. 작품의 원제인 'Behind Closed Doors'는 '밀실 회담'등에 쓰이는 글귀로 소설의 은밀함을 보여준다. 이야기 속 '밀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하는 커다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전개된다. 하지만 전체 이야기가 1년여 동안을 다루고 있어서 그리 혼란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주인공 그레이스가 과거 속에서 나약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현재에 이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이야기 속 또 다른 주인공 잭의 잔혹하고 섬뜩한 정신적인 폭력이 이야기의 큰 틀을 이루고 있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동생과 함께 찾은 공원에서 그레이스는 자신에게는 너무나 과분한 완벽한 외모와 직업을 가진 잭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꿈같은 만남과 결혼이 고통의 시작인 줄 알 수 없었던 그레이스는 아픈 동생을 잘 챙겨주는 잭과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야 할 신혼여행에서 잭의 잔혹한 본 모습을 알게 된 그레이스의 슬픔과 고통은 동생 밀리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랑 속에 묻히게 된다. 그러면서 그레이스의 놀랍도록 답답하고 나약한 모습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 정신적인 폭력을 일삼는 잭보다 늘 당하기만 하는 그레이스가 더 미워진다. 다운증후군 동생보다 더 나약하게 보이는 그레이스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화까지 치민다. 물론 한편으로는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그레이스의 발목을 잡았는 지도 모르겠다.

잉꼬부부처럼 방송에 나오던 커플들이 별안간 이혼을 발표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놀라는 이유는 그들의 이혼 그 자체가 아니라 잉꼬부부를 연기한 그들의 완벽한 연기력일 것이다. 이 책 속의 부부도 그들 못지않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완벽한 아내와 남편을 연기한다. 물론 둘의 연기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그 차이를 작가는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남자는 주인으로서 여자를 감시하며 아내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주며 즐기는 새디스트인 듯하고, 그 새디스트에게 일상을 빼앗긴 여자는 자포자기한 체 마조히스트가 되지 않으려고, 또 괴물로 변해버린 남편으로부터 동생을 보호하려고 나약한 자신의 정신을 단련시킨다. 그리고, 복수의 날을 위해 열심히 연기한다. 완벽한 아내를...

주위와 담을 쌓고 사는 것도 아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완벽한' 부부의 이야기가 평범하게 흐르지만 그 흐름 속에 은밀하게 숨겨진 두 남녀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소설을 점점 절정에 이르게 한다. 아픈 동생을 위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한 여인의 안타까운 심정과 그 심정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하는 잔혹한 한 남자의 불꽃튀는 심리 전쟁이 이야기의 절정을 맛보게 한다. 심리 스릴러의 재미와 매력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전쟁 속에서 그레이스는 동생 밀리를 지킬 수 있을까? 아니면 공포와 비명소리에 희열을 느끼는 잭이 바라는 밀실을 가지게 될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고 있을 때 동생 밀리의 엄청난 행동이 이야기를 결말로 이끈다. 언니 그레이스보다 더 현명한 동생 밀리의 활약을 만나보고 싶다면 한 여름의 무더위를 잠재워줄 스릴러 <비하인드 도어>를 지금 바로 만나보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