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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제목부터 무엇인가 난해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살아있는 사람을 수선하다니 어떤 식으로 고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혹시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를 가진 책인가 하는 어설픈 답을 품고 책장을 넘겨본다.
열린책들을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된다는 프랑스의 소설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2014년 출간된 소설로 현재까지 프랑스에서만 50만 부가 판매된 스테디셀러라고 한다. 그리고 전 세계의 11개 문학상을 휩쓸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소설이다. 제목에서의 '수선'은 '장기이식'을 뜻한다.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이지만 책 속의 내용은 잔잔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금은 부정적인 제목이지만 작품 속 이야기는 더없이 따뜻한 긍정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는 세 명의 젊은이들이 서핑을 위해 바다를 찾고 그 바다에서 돌아오는 길에 일어난 교통사고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혼수상태에 빠진 열아홉 살 청년 시몽 랭브르가 뇌사 판정을 받고 그의 장기를 이식하기까지의 짧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길었던 24시간 동안의 이야기이다. '장기이식'이라는 낯선 주제의 이야기를 만난다는 설렘보다는 새로운 분야의 소설을 만난다는 낯섦이 더 강한 느낌으로 다가선 이야기다. 이 소설을 통해서 장기이식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보았고, 장기이식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새롭게 바꿔줄 수 있는 '위대한 결정'을 한 모든 장기기증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존경하게 만드는 책이다.
P. 69 "아드님의 상태가 아주 위중합니다"
이 짧은 말을 쓰기 위해 작가는 앞에 두 페이지 가량을 할애한다. 뇌사자 어머니와 담당 의사와의 첫 만남 장면을 표현하면서 듣기 어려운 말을 들어야 하는 어머니의 심리 상태와 하기 힘든 말을 해야 하는 의사의 심리 상태를 정말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여러 배경이나 사람들을 정말 눈에 보이듯이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처음 만난 작가이지만 아마도 이 작가의 매력이 디테일한 배경 묘사나 섬세한 심리 표현에 있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너무나 몰랐었던 분야이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 모르지만 한 편의 다큐멘터리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장기이식을 위한 24시간을 알게 해주고, 숭고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주는 정말 사랑 넘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