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사랑한 세계 명작의 첫 문장
김규회 엮음 / 끌리는책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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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이 그 일의 성패를 결정짓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같은 속담도 있을 것이다. 커다란 프로젝트 사업도 처음을 잘 계획해야 하고 사람들 간의 만남도 첫인상이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글의 시작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듯하다.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처음부터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만남부터 시들하다면 아무리 열심히 쓴 작품이라도 독자들이 그 작품의 결말을 보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는 작가들의 고뇌에 찬 명문장들을 모아 아름답게 엮어놓은 <한국인이 사랑한 세계명작 문장>을 만나본다.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안한 책이지만 첫 문장의 창작을 위해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작가들의 노력을 생각하면 그리 쉽게 읽을 책은 아닌 것 같다. 기자 출신의 저자가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우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명작들의 처음을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책 속에 담긴 명작들의 첫 문장들은 어둠을 이기고 찾아오는 여명처럼 독자의 눈과 마음을 환하게 열어 준다. 독자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은 여명은 작가의 작품을 태양 속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그래서 헤밍웨이 같은 대작가도 여명의 빛 같은 첫 문장을 쓰기 위해 200번이 넘는 수정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첫 문장을 창작하기 위한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즐거움이 이 책이 가진 색다른 매력이다. 또 다른 이 책의 매력은 틀림없이 읽은 작품인 데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들에게 다시 그 작품을 읽지 않고서 그 작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게 해주는 데 있는 듯하다. 작품의 첫 문장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작품에 대해 짧지만 충분한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세계의 명작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야구에서도 1번 타자의 출루가 득점하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그래서 각팀의 감독들은 1번 타순을 결정할 때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한다. 하물며 다음이 없는 세상에 유일무이한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들의 1번 타자는 작가들의 많은 노력으로 등장했을 것이다. 그런 1번 타자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세계 명작의 시작을 만나고 그 시작의 매력에 빠져 그 명작을 찾는다면 한 여름의 더위를 잊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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