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쿠 - 2016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정광모 지음 / 산지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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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 표지를 보고 <토스쿠>가 무슨 의미일지 궁금해하며 '미지의 섬'이라는 표지의 글귀를 보고 어떤 섬의 이름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아마도 미지의 섬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미지의 섬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설렘을 안고 '그곳에서 마주친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책장을 넘겨 보았다. 이 작품에는 참 많은 섬들이 나온다. 그것도 환상적인 휴양지로 유명한 필리핀의 보라카이 주변의 아름다운 섬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작가는 글로써 그 섬들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토스쿠>는 섬 이름이 아니다.


이 작품의 스토리 전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토스쿠는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이다. 하지만 완전한 허구이기보다는 누구나 한 번은 그려보았을법한 상상 속의 '나'이다. 지금의 나와는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 그게 바로 토스쿠이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고 있으며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우리들에게 '난 누구인가' 라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단어이다. <토스쿠>의 존재로 작품은 판타지 소설의 한 축을 완성하고 있는 듯하다. 토스쿠를 찾었다며 태평양의 이름 모를 섬에서 사라져버린 장공진 박사와 그를 찾아 태평양을 누비는 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묘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이 작품의 또 다른 한 축을 만날 수 있다. 장욱, 순익, 주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가 가진 슬프고도 아픈 현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이야기들과 그들이 항해하며 만나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환경 오염 문제[씽크 홀, 플라스틱 바다, 환경 오염 폐기물] 또 사회적 제도에 희생되는 약자들의 사회 문제[기러기 아빠, 연예계]까지 폭넓게 그리고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을 섬세하게 이야기 속에 담은 '사회 소설'인듯한 느낌도 받았다. 판타지 소설과 사회 소설의 만남. 왠지 모르게 어색한 만남인 듯하지만 작가 정광모는 그 만남을 너무나 편안하게, 그리고 가슴 아리게 그려내고 있다.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멀리 있는 '토스쿠'를 찾기보다는 내 안의 자아를 먼저 찾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태평양 바다를 배경으로 너무나 시원한 항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높은 파도 속에서 주인공들의 요트가 위험에 빠질 때는 나도 폭풍 속에 있는 듯했다. 그만큼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작품인 것 같다. 작가의 섬세한 묘사가 생생한 바다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런 생생한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어느새 출발했던 보라카이 항구로 돌아오게 된다. 먼 곳의 '토스쿠'를 뒤로하고 현실의 자아로 돌아오는 것이다. 꿈 속을 항해하며 찾지 못했던 자아를 현실과 부딪치며 찾아보라는 것 같다. 더운 여름 <토스쿠>와 함께 한다면 시원하게 태평양 바다를 누비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아를 만나는 신비한 체험을 맛보고 싶다면 망설일 필요 없이 <토스쿠>를 찾아 서점으로 가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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