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산뜻한 느낌의 노란색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 있어서 만나본다. 산뜻한 표지와는 다르게 당돌한 제목이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쩌면 내 아내도 꾸는 꿈이라는 부제에 다시 한번 크게 놀라게 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책이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일본의 저널리스트 고바야시 미키의 취재 글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워킹맘과 전업주부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14명이 남편에게 살의를 가지게 된 원인 등을 심층 취재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그녀들의 고민과 분노를 담아내고 있다. 일본 사회의 제도적 미흡함과 사회적인 모순이 만들어낸 그녀들의 분노와 아픔을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한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가정에서 부인은 혼자서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이른바 독박 육아’‘독박 가사에 희생자이다. 자신을 희생하며 남편의 무관심과 게으름에 인내의 한계를 느껴 남편의 죽음을 상상하게 되는 육체적, 정신적 희생자인 것이다. 누군가의 불행을 상상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하물며 한때는 너무나 사랑했던, 아이의 아빠의 불행을 바라는 것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그런 가슴 아픈 일의 희생자를 만들어 낸 이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많은 조사 자료와 실제 사례를 통해서 전달하고 있는 책이다.

 

사회 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국가 제도의 잘못된 점까지 자세하게 짚어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슬픈 희생자인 아내들을 구해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구원 투수는 법도, 제도도 아닌 남편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편들이 구시대적인 성 역할 의식에서 조금 더 빨리 벗어나 아내도 충분히 능력 있는 사회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함께한다면 모든 행복의 기본인 가정에서의 행복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은 조금 과격하지만 내용을 읽다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저자는 여성의 독박 육아와 독박 가사를 남편의 애정이나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잘못된 사회적인 제도와 인식에서 찾으려 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부부간의 문제는 가정에서 해결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조금 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 남자를 떠나서, 남편과 아내라는 역할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게 된다면 죽음이 아니라 사랑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정의 역할을 넘는 부분은 국가나 사회에서 지금보다는 더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조금은 충격적인 제목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지만 내용은 너무나 공감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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