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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무선) ㅣ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만엔원년의 풋볼...제목에 적힌 한자를 보기 전에는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일본의 화폐 단위와 관련이 있는지 등 특색 있는 제목이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듯했다. 다소 낯선 '만엔원년[万延元年]'은 일본에서 사용되었던 연호로 막부시대 말기에 단 일 년만 사용했던 연호라고 한다. 농민 봉기가 유난히 많았던 1860년을 지칭한다고 한다. 이 특색 있는 제목의 작품은 작가 오에 겐자부로에게 1994년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훌륭한 작품이다. 독서의 즐거움을 안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은 이 번이 처음이다. 무언가 깊이가 부족한 듯한 코믹스러운 일본 소설들을 보다가 이 책을 접하게 되어서인지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32세에 집필했다는 데 마흔이 넘은 난 이 이야기가 어렵다.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이야기는 3 대에 걸친 인물들의 일대기를 통해서 100여 년 동안의 한 가문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역사 중에서 혼란스러웠던 역사를 한 가문의 100여 년간의 아픈 이야기를 통해서 만나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15년이 지난 1960년이다. 이 시기 일미안보조약 체결을 두고 학생들과 시민들이 반대하던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두 형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불행을 안고 태어난 아이와 함께 인생이 망가져버린 형 미쓰사부로 와 전향한 학생운동가 다카시가 고향을 찾아 그들의 조상을 받아들이는 방법의 차이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 작품 속에는 일본이 변화를 맞게 되는 세 번의 시기가 나오고 그 시기에 일어난 사건들이 큰 축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1860년 즉 만엔원년에 있었던 농민봉기에서 주인공의 증조할아버지 형제가 서로 반대편에 섰었던 사건과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돌아온 S형이 조선인 부락에서 맞아 죽은 사건, 그리고 1960년 일미안보조약 이후 학생운동이 확산된 사건이 이야기의 큰 축을 형성하고 독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무언가 모를 강한 흡인력에 이끌려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아마도 인간의 본성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