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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아야세 마루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조금은 특이한 이야기를 만나 보았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신칸센'이라는 기차를 통해서 시작되고 끝을 맺는 일본인 작가 아야세 마루의 단편 소설 다섯 편을 담고 있는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이다. 또, 다섯 편의 이야기의 제목들이 꽃향기를 담고 있어서 길에 꽃들이 만발하고 있는 요즘 읽기에 딱 좋은 책인 것 같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한편의 에세이를 읽고 있는 듯한 편안함을 주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야기에 긴박한 긴장감보다는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 사는 향기가 묻어나는 작품이다.
누구나 기차를 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기차를 통해서 떠나는 여정의 끝이 봄꽃 향기처럼 향긋하고 아련한 가족의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가하면,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고향에 다가가지 못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그런 고향의 이야기를 가족의 사랑을 통해서 아름답게 풀어내고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의 배경에는 향긋한 꽃향기가 함께해서 이 책의 이야기들을 더욱더 향기롭게 해주고 있다.
기차를 타고 찾아오는 사랑과 그런 사랑을 기다리는 사랑의 교차점이 되어주는 곳이 각기 다른 이름 모를 꽃향기로 가득한 고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고향이 향기로울 수 있는 것은 그곳에 가면 마음 편히 기대고 싶은 가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차는 고향으로 다가가지만은 않는다. 고향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멀어지는 고향과 멀어진 고향에서 느껴지는 서로 간의 사랑은 더욱더 애틋하기만 하다. 서로를 연결해주는 기차가 달리는 기찻길은 두선이 평행을 이루고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서로를 마주 보며 우리에게 길을 열어준다. 우리들 사는 관계도 서로 부딪침 없이, 한 쪽으로 치우침 없이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보는 동안 갑자기 일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나오는 장소와 먹거리들을 찾아가고 싶다. 물론, 원전 사고 이후 조금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속에서 고향을 지키고 있는, 가족의 돌아올 곳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삶을 만나보고 싶다. 일본의 토호쿠 지방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가방 속에 꼭 함께 챙겨가기를 권하고 싶다. 여행의 길잡이는 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떠나온 마음의 길잡이로는 훌륭할 것이라고 믿는다. 꽃향기 가득한 작품을 만나서 올봄 가지 못한 봄 꽃놀이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