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P.571. 일은 그렇게 시작됐다. 아무런 악의 없이, 너무나 사소하고 평범하게.


P.583. "정의가 구현되지 않았다는 게 비극의 핵심입니다.

         피해자의 가족은 끊임없이 고통 받고 있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독일에서 국민작가로 불릴 만큼 높은 인기와 명성을 누리고 있는 샤를로테 링크의 2015년 작 "속임수"를 만나 본다. 탄탄한 구성과 물 흐르는듯한 자연스러운 전개가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하는 뛰어난 작품이다. 흥미로운 사건들이 연속해서 발생하면서 책 속에서 한순간도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다음을 예측할 수는 있지만 그 예측이 정답 일까 하는 의아심을 계속 품게 하면서 독자들을 스토리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사연들을 접하면서 어딘가 우리들 주위에 있을 듯한, 한 번쯤은 만난듯한 이들의 삶이 이야기를 더욱더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그런 평범한 이들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정말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사건으로 인해 결코 평범하지 않은 불행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는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작은 사고 하나가 만들어낸 어두운 그림자 속을 헤매다 불행한 결말을 맞는 세 명의 희생자와 우연한 작은 사고가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려 결국은 피해자들 보다 더욱더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되는 범인의 삶에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슬픈 이야기가 담긴 스릴러이다.


 너무나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작게 생각하고 벌인  속임수가 사랑도 우정도 모두 잃게 만드는 커다란 사건이 되고 만다. 이야기는 은퇴한 전직 강력계 형사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그의 죽음을 조사해가는 죽은 형사의 딸 케이트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면서 조금씩 밝혀지는 아버지의 거짓된 삶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런 혼란스러움은 작품의 결말에서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에서 주는 반전의 묘미를 더해주는듯하다. 가족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이들을 속여야 하는 또 다른 속임수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결말을 맞게 된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이의 사랑을 잃게 해서는 자신의 사랑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가슴 아프게 하고 또 얼마나 많은 슬픔을 만들어 내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탄탄한 구성을 뒷받침해주는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작품의 결말에 보여주는 반전은 이 책을 쉬지 않고 단번에 읽은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도 남았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면서 느낀 느낌은 처음에 그들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비극적인 결말은 맞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었다. 사랑을 조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었다. 그 사랑이 연인 간의 사랑이었다면 이야기 속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사랑이 가족 간의 사랑이었다면 이야기 속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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