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서배스천 배리 지음, 강성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P.132. 아이의 역사는 결코 아이의 책임이 아니다.


2008년 맨부커 상 최종 후보작이었으며 같은 해 코스타 상을 수상한 서배스천 배리의 작품 '로즈'를 만나본다. 우리나라만큼이나 혼돈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너무나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한 여인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시인이자 극작가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동료 시인에게 "내 생애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곳은 슬라이고 다"라고 말할 정도로 아름다운 아일랜드 서부 슬라이고 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 만나본 슬라이고는 시가 절로 나올만한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 아름다운 곳에서 일어난 너무나 추한 이야기를 만나니 조금은 아이러니했다.


P.201. 행복을 일일이 열거해보는 건 보람있는 일이다. 인생에는 다른 것들도 아주 많으니 할 수 있을때 행복을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그렇게 행복에 빠져 있을 때면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이야기는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는 여인과 그 여인을 돌보는 정신과 의사의 기록들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차분히 적어가는 동안 여인은 조금은 다른 기억들을 적는다. 그리고, 그런 기록을 보게 되면서 무언지 모를 감정에 여인의 과거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역사의 흐름 속에서 상처받게 되는 한 인간의 아픔과 그 아픔을 함께 할 줄아는 인간의 사랑을 볼 수 있었다.


P.264. 독자들이여, 나를 보호해주길 바란다. 지금 난 두렵다.내 늙은 몸은 떨고 있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두렵다.


어떤 아름다운 여인이 좁은 정신병원에서 일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슬픈 일이겠는가.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라면 읽는 동안 어두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들이 소설의 어두운 그림자를 어느 정도 걷어내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그런 과정에 독자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직접적으로 독자들에게 보호를 요청하기도 한다. 제발 가지 말라고 막고 싶었던 장면에서 로잔느는 왠지 모를 설렘을 안고 산을 오른다. 그리고는 독자들에게 보호해달라고 한다.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하는 듯해서 색다른 느낌이었다.


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그 남자의 동생의 아이를 낳고 그 아이마저 빼앗긴 체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긴 세월을 정신 병원에서 보내야 했던 한 여인의 인생을 보면서 너무나 슬프고 아픈 이야기라고 느낄 때쯤 작가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한다. 놀라운 이야기 속에서 더욱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는 작가의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될 것이다. 상처받은 여인을 다룬 그저 그런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하고 이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아름다운 문장들에 한번 놀라고, 너무나 슬프고 아픈 스토리에 또 놀라고, 너무나 큰 반전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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