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앞을 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삶이 힘들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하고는 한다. 그때마다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게 느끼고는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앞을 보지 못하는 것보다 더 힘들고 슬픈 일이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진다. 움직일 수 없는 육체에 갇혀서 들을 수만 있는 상황이 내게 일어난다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살아있지만 삶과 죽음의 선택마저도 남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뇌사상태의 보지도 못하고 들을 수만 있는 침대에 누워만 있는 식물인간이라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더욱더 고통스러운 것은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내가 적어도 들을 수는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고통 속에서 찾아온 사랑에 다시 한번 힘을 내보지만 그저 기계의 오작동으로만 여겨진다면 아마도 죽을 만큼 비참할 것이다.


얼음산을 등반할 만큼 활동적이던 엘자는 등반 중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엘자는 긴 혼수상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나 소리는 들을 수 있게 된다.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기적적인 축복일지 아니면 표현할 수도, 볼 수도 없는 상황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질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혼란이었다. 그녀가 들을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티보의 등장으로 아마도 그녀는 행복한 한때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안락사에 대한 결정을 내리려는 이들의 소리를 들을 때에는 정말이지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이야기는 육체에 갇힌 정신을 가진 여자 엘자와 자신만의 정신세계에 갇혀 마음을 닫아버린 티보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해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느낌으로 사랑을 키워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우연한 만남이 마음을 닫고 살던 티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티보는 누워만 있는 그녀를 계속 찾아오게 된다. 정말 이런 게 사랑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저 사랑이라는 느낌만으로 서로에게 다가서는 그런 아름다운 사랑을 본 것 같아서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안락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움직일 수 없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다고 해서 그들의 삶을 거둘 있는 권리가 정말 우리에게 있을까. 지금도 누워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울고 있을 많은 이들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그런 안락사에 대한 가슴 울리는 이야기가 담긴 프랑스 로맨스 소설이다.


 마지막 순간 티보에게 엘자는 말한다. "나 여기 있어" 라고. 하지만 아무도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들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어디에선가 나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외침을 흘려보내지 않도록 늘 열린 마음으로 옆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벚꽃 향기 가득한 4월에 재스민 향기 가득한 엘자의 병실을 찾아보는 것도 정말 향기로운 봄맞이가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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