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P.222. "아마도 나 아닌 누군가와 서로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

            그걸가리켜 산다는 것이라고 하는거야"

제목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일본 서점 대상 2위에 오른 스미노 요루의 흥미로운 소설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만나 보았다. 너무나 특이하고 강렬한 제목에 책을 골랐지만 표지의 그림은 정말 아름답다. 4월에 정말 잘 어울리는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각자 정 반대 방향의 어딘가를 바라보는 두 남녀의 모습이 책 속 주인공들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해서 안타까웠다. 무척 아름다운 벚꽃들이 흩날리는 표지 그림처럼 책장 이야기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들로 꾸며지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작가의 섬세한 문장들을 훌륭하게 우리말로 재탄생시킨 양윤옥의 번역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 듯하다. "일식","1Q84","인간실격","철도원"등 수 많은 훌륭한 작품들을 옮긴이의 능력을 다시 만나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P.68.

"죽음을 마주하면서 좋았던 점이라면

 매일매일 살아있다고 실감하면서 살게 된 거야"

 

 ​말은 때때로 발신하는 쪽이 아니라 수신하는 쪽의 감수성에

 그 의미의 모든 것이 내맡겨진다.


언제까지나 방관자로 남고 싶은 남자와 항상 당사자가 되려고 하는 그녀 간의 가슴 아픈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자리 잡고 있어서 그들이 그려가는 사랑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오히려 두 남녀 간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정해진 이별이 다가오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했다. 자신의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여자 사쿠라와 그런 그녀를 말없이 지켜봐 주는 남자 하루키의 이룰 수 없는 슬픔 가득한 사랑이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 건 두 주인공이 많은 꿈을 품고 미래를 살아갈 아직은 어린 고등학생이라는 데 있는 것 같다. 미래를 아니 내일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오늘을 정말 열정적으로 함께하려는 듯한 두 남녀의 사랑이 정말 애잔하기만 하다. 힘없이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애잔한 둘의 사랑이 너무나 허무하게 끝을 맺고 남자는 울고 또 운다. 그 끝을 접하면서 할 수 있는 말은 "이런" 정말 이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말 오늘을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넘쳐나게 하는 책이다.


P.247. 어느 누구도, 나조차도, 사실은 풀잎 배 따위가 아니다.

         휩쓸려가는 것도 휩쓸려가지 않는 것도 우리는 분명하게 선택한다.


너무나 순수하고 가슴 설레게 하는 풋풋한 사랑에 읽는 동안 가끔씩 첫사랑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고는 했다. 소녀의 췌장을, 소녀의 사랑을 벚꽃이 필 때마다 떠오르게 될 것 같아서 새로운 첫사랑의 추억이 생긴것 같다. 첫사랑처럼 달콤하고 첫사랑처럼 아련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벚꽃잎 흩날리는 공원에서 만난다면 더욱더 아름다우리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