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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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7 과학은 일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또 하루가 밝고, 이번 주가 다음 주가 되고, 이번 달이 다음 달이 되는 동안 내내 일을 할 것이다. 나는 숲과 푸르른 세상 위에 빛나는 어제와 같은 밝은 태양의 따사로움을 느끼지만 마음속 깊이에서는 내가 식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개미에 가깝다. 단 한 개의 죽은 침엽수 이파리를 하나하나 찾아서 등에 지고 숲을 건너 거대한 더미에 보태는 개미 말이다. 그 더미는 너무도 커서 내가 상상력을 아무리 펼쳐도 작은 한구석 밖에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다.

        

과학자가 쓴 세상 이야기를 만나 본다. [스미소니언 매거진] 선정 최고의 과학책 10 ,[아마존]선정 최고의 책 20 , 그리고 [뉴욕타임즈]의 추천을 받는 등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여류 과학자 호프 자런의​[랩걸-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을 출판사 알마를 통해서 만나 본다. 책만큼이나 저명인사인 저자 호프 자런은 1969년 미네소타 오스틴에서 과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실험실에서 자랐다고 한다.그런 영향을 받아서 일까 저자는 아직도 연구를 삶의 전부로 알고 살아가는 과학자이다. 하니만 딱딱한 이론들로 가득한 학자가 아니라 가슴 따뜻한 글을 쓸 줄 아는 느낌을 아름답게 표현할 줄 아는 학자이다. 또, 여성이기에 감당해야 할 많은 불평등을 모두 극복하고 [타임]이 선정한 2016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오른 저자는 현재 오슬로 대학교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 자신이 알고 있는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정감 있는 문체로 때로는 활기 넘치는 표현으로 적고 있다. 또, 저자는 조금은 껄끄러울 자신의 아픔을 솔직하고 담백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여성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출산이라는 축복을 자신의 실험실에서 쫓겨나는 좌절로 받아들여야 했던 저자의 여러 아픔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저자의 개인적인 아픔을 담고 있어서 저자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자서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P.52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두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않은 씨앗이었다.


이 책과는 첫 만남부터 엷은 미소로 시작했다. 책의 목차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를 미소를 머금은 것이다. '1부 뿌리와 이파리, 2부 나무와 옹이, 3부 꽃과 열매' 정말 나무에 관한 연구 보고서인가라는 의구심을 품고 저자가 과학자라서 조금은 딱딱한 전개를 예상해보며 숲 속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 숲에서 기다린 나무들은 우리들 삶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우리들에게 그들의 성장과 고통, 기쁨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나무들의 생[生]을 통해 인간의 삶을 투영해보려 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개인적으로 과학자로서의 저자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저자가 자신의 실험실을  묘사하는 부분은 무언가 모를 감정의 울림으로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내 실험실은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죄책감이 내가 해내고 있는 일들로 대체되는 곳이다. 부모님께 전화하지 않은 것, 아직 납부하지 못한 신용카드 고지서, 씻지 않고 쌓아둔 접시들, 면도하지 않은 다리 같은 것들은 숭고한 발견을 위해 실험실에서 하는 작업들과 비교하면 사소하기 그지없는 일이 된다.”

저자에게 실험실은 따뜻한 가족들과 함께하는 "집"이 자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안식처" 이기도 한 것이다. 그녀의 삶 속에서 그녀만의 최고의 장소인 것이다. 그런 열정이 저자를 세계적인 학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에너지일 것이다. 새로운 시작들이 넘쳐나는 계절인 새로운 봄에 저자의 열정적인 삶이 담겨있는 좋은 책 속으로 아니 아름다운 숲 속으로의 산책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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