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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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 2004년 [화장]으로 이상문학상, 2005년 [언니의 폐경]으로 황순원 문학상, 2007년 [남한산성]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 시대의 대표 소설가로 손꼽히고 있는 작가 김훈의 신작 장편 소설 공터에서 해냄출판사를 통해 만나 본다. 개인적으로 김훈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고전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어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에 만나본 공터에서도 그의 특유의 글 솜씨가 여지없이 보인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등단한 작가의 깊이 있는 글이 가볍고 쉬운 글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문체로 자신만의 신념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다.


P.87 고지대 사람들은 부두 쪽으로 달렸고

      해안 구역 사람들은 산 쪽으로 달렸다.


김훈의 글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의 작품을 만날 때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하는 기대보다는 어떤 표현을 담고 있을까? 하는 설렘으로 책장을 열게 된다. 이 번 작품에서도 계속 반복해서 나오지만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과 새로운 의미를 담고 있는 여러 표현들이 보인다. 또한 작은 것 하나를 반 페이지 이상으로 표현해내는 엄청난 표현력을 보여준다. 체코제 권총을 이야기할 때 그러했고, 박상희의 임신을 표현할 때 그러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완독하는데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린듯하다. 참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P.116 여기가 어디인가, 여기가 거기인가, 여기가 거기로구나...


소설은 마[馬]씨 성을 가진 가족들이 살아온 격동의 세월을 마동수,마장세,마차세 부자와 형제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연의 사슬을 끈으려고 괌에서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형 마장세와 그런 형의 모습에서 '거점' 없이 헤매던 아버지 마동수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노력하는 마차세 두 형제가 이 소설의 스토리를 전개해 간다. 이름과는 다르게 이들은 '말'처럼 진취적이지도 도전적이지도 못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주변을 배회하는 것 같다. 그런 배회를 형 마장세는 물질적인 것들로 채우려 하며 조금씩 무너져가고 그런 형을 보며 동생 마차세는 문득문득 아버지 마동수를 떠올린다. 상해 아나키즘에서부터 신군부의 12.12까지 우리 역사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문장들과 함께 만나 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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