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의 제주는 즐거워 - 심야 편의점에서 보고 쓰다
차영민 지음, 어진선 그림 / 새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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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1.우리 삶에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그 순간들을 바람처럼 스쳐 지내고 살아간다. 바람은 붙잡을 수 없지만, 난 내 삶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잠시라도 붙잡아두고 싶다. 이 글은 나만의 순간이 아닌 편의점에 함께한 사람들과 지금쯤 어딘가에서 나와 닮은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순간들이다.


청소년 소설 "그 녀석의 몽타주" 의 작가 차영민의 재미난 에세이를 만나본다. 작가가 제주 애월읍에서 살면서 만난 흥미로운 이웃들을 소재로 한 재미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달밤의 제주는 즐거워이다. 제목처럼 즐거운 이야기들도 있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있고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이야기들도 담겨 있는 따뜻한 책이다. 그것도 우리들 주변에 넘쳐나는 '편의점'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다루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낮에는 멀쩡하던 사람들도 밤이 되면 이성과 조금은 멀어진 행동들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술을 한잔하게 되면 이성은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기 일쑤이다. 그래서, 낮보다는 밤에 그리고 다들 잠든 새벽에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작가는 그런 밤과 새벽에 편의점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재미나게 이야기하고 있다. 편의점 알바의 시선으로 새벽에 나타나 작가를 웃고 울게 만드는 군상들의 모습을 담백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거기에 낯설지만 너무나 정감 있는 제주 방언은 독자들에게 주는 선물인듯하다.


모두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글 쓰는 편의점 알바는 자신의 근무 시간인 10시부터 아침 9시 사이에 편의점에 들어서는 흥미로운 이들의 일상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글 속에 한자리를 마련해준다. 그들이 자신의 글 속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작가는 정말 재치 있는 말솜씨를 발휘한다. 또한 즐거운 일도 짜증 나는 일도 편의점 알바로서 참고 인내하며 몇 년을 보내고 있다는 제주의 밤을 참 아름답게 그려주고 있다. 그 아름다운 제주의 속을 각자의 사연을 품고 비틀거리며 찾아온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글 쓰는 편의점 알바를 만나보고 싶다.


잔잔한 에세이이지만 가끔씩 혼자 미친 사람처럼 웃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에세이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들을 다시 보게 것이다. 우리 주위에 노력하며 사는 젊은이들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참 매력적인 사랑이 넘치는 제주의 밤바다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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