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딩 노트
tvN [내게 남은 48시간] 제작팀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이제는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내가 가진 것들을 지키려 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고 다가올 '엔딩'을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책을 만나 본다.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던 죽음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된 건 지난여름 위에 출혈이 생겨 며칠을 병원에 입원 했을 때였다. 아마 그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지금보다 더 큰 울림을 맛보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 후로 죽음에 대한 생각은 문뜩문뜩 날 찾아왔고 그때마다 무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멍해지기만 했다. 아이에게 아내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지  아직은 먼 훗날의 이야기이겠지만 그래도 준비해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에 이를 때쯤 난 다시 아직은 아니 지하며 넘기고는 했다. 아마도 막연한 생각들이 길을 막았던 것 같다. 그 길을 열어준 책이 북폴리오에서 나온 해피 엔딩 노트 이다.


이 책은 글을 읽고 느끼는 책이 아니라 삶을 생각하고 느끼고 그 느낌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정리해 보는 책이다. 책장을 열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어 갈수록 생각은 많아지고 그 많은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짐을 알았다. 아직은 정리할 때가 아니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 생각이 아직도 미숙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안개가 뿌옇게 내려있던 길을 맑고 밝게 만들 수 있는 힘을 주는 책이다.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주고 생각의 길을 인도해주는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의 시작은 1장 나는 누구일까? 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4장 시작과 끝의 공존으로 끝을 맺는다. 각 장에서 던지는 화두들은 우리들 모두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 책과 함께라면 그 생각의 깊이를 한걸음 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각 장의 이름들이 재미나게 다가온다. 각장의 이름들을 문장 부호로 붙여 놓았다. 특이하면서도 함축된 의미를 생각해 본다. 1장 따옴표, 2장 쉼표, 3장 느낌표, 그리고 4장 마침표까지 무언가 모를 느낌이 조금 더 생각의 길을 열어주는 듯하다.

잊어버린 나를 찾고 내게 잠시나마 휴식을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해 연말에 다시 한번씩 보고 다시 한 번씩 생각해보고 싶다. 그리고, 내 생에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은 책을 만나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