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어디쯤, 처음 만난 식탁 - 배낭 속에 담아 온 음식과 사람 이야기
장졘팡 지음, 김지은 옮김 / 생각정거장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이 흥미로운 책을 만나 본다. 생각정거장에서 나온 지구 어디쯤, 처음 만난 식탁 이라는 에세이이다. 제목으로 봐서는 저자가 여행하면서 만난 다소 특이하고 색다른 음식들이 소개될 것 같아서 가볍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저자가 여행했던 나라들의 특색 있는 음식들을 소개하면서도 각 나라들의 문화와 그 나라에서 살아가는 민초들의 힘겨운 삶이 녹아든 정말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깊은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었다. 


이 책의 시작은 스페인의 대표 가정 음식 '파에야'를 다루며 가볍게 시작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의 가벼운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전개되면서 프랑스의 '키슈'와 독일의 '치즈'를 소개한다. 그렇게 가벼운 여행 에세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기다가 그린란드의 이누이트의 삶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는 가벼운 여행과 음식에서 조금은 깊은 사색으로 독자들을 이끌기 시작하는 것 같다.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그린란드 원주민들의 삶을 통해서 전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보통은 저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면서 글을 읽는 편인데 이 책의 내용은 여성의 섬세함을 다분히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특히, 저자가 터키 여행에서 만난 이슬람교도 여성들의 삶을 보면서 저자가 여성이기에 그들의 감정을 더욱더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잘못된 종교 해석과 그로 인해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또한 공감할 수 있었던 까닭도 저자의 섬세한 감정 표현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라 없이 민족의 언어도 점점 사라져가는 쿠르드족의 삶을 보면서 힘없는 민족이나 국가의 어두운 미래를 보는 듯해서 가슴 아팠다.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을 알기에, 또 저자의 나라인 대만의 상황을 조금은 알기에 저자가 조금 더 아파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위에서 소개한 나라 외에도 흥미로운 나라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있는 재미나고 매력적인 여행 에세이이다. 여행과 음식을 담고 있는 에세이이지만 글 속에 등장하는 이들의 삶을 만나다 보면 꼭 한편의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글속의 등장인물들은 자기 민족의 말을 사용하지 못하는 쿠르드족의 이야기꾼 '뎅베제' ,  인도의 성 소수자 '히즈라', 네팔의 극한 직업인 '셰르파'까지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사는  민초들이다. 그래서 아마도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에세이이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정말 커다란 울림을 담고 있는 좋은 책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여러 나라의 문화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만나 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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