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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11월
평점 :
P.129. 네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게 소통이 아니라, 내가 너를 알 수 없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곧 소통입니다.
미술 교양서의 스테디셀러인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의 저자인 미술평론가 손철주의 신작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를 만나본다. 그림 속의 음악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풍류와 흥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그림 속의 장면들 속에서 만나보는 우리 조상들의 멋들어진 삶을 디테일하게 설명해주는 훌륭한 큐레이터와 함께여서 더욱더 흥미롭고 재미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 시간을 통해서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우리들 삶에 흥을 찾을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주는 책이다.
첫 번째 주제 '은일[隱逸]'에서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옛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림 속에 비친 선조들의 삶은 음악과 함께 세속의 번뇌를 내려놓고 자연과 동화되어 아름답게 보인다. 그 아름다움은 그림을 한 장면 한 장면 디테일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설명해주는 글이 있어서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두 번째 주제 '아집[雅集]' 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집이 아니라 '우아할 아'에 '모일 집'으로 만들어진 "우아한 모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주제어부터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이 우아한 모임에는 마음이 맞는 친구 혹은 선후배들이 서로들 만나서 시·서·화를 즐기고 술과 음악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우리 선조들의 멋이 느껴진다. 우리 선조들은 그 멋을 그림에 담았고 이제 우리가 그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서 선조들의 멋을 배운다. 그리고, 그 그림 속 음악을 통해서 선조들의 풍류를 듣는다. 우리들의 연말 모임도 "아집" 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정말 향기 나는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끝으로 세 번째 주제 '풍류[風流]'에서는 정말 '잘 노는 것' 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 속에 비친 우리 선조들의 멋과 운치를 보여준다. 또, 그 멋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안목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사물이나 세상을 보는데 있어 금강안[金剛眼] 과 혹리수[酷吏手]를 가질 수 있었다면 요즘처럼 아이들에게 미안한 암담한 현실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가슴에 와 닿는 글들이 많았지만 이 두 단어는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저자가 강의했던 내용을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책으로 엮은 것이어서 그런지 읽는 동안 옆에서 친절한 해설을 듣고 있는 듯 편안한 느낌이다. 아마도 우리 선조들의 그림이나 국악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적은 나 같은 이들을 위한 책인지도 모르겠다. 다소 무겁고 어려운 주제일 수도 있을 세 가지 주제를 쉽고 편안하게 만나볼 수 있었던 까닭도 책을 읽는 다기보다는 저자의 친절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듯한 느낌에서 온 것일 것이다. 그리고, 아들 녀석과 박물관에 가서 들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저자의 맺음말에서 찾았다. 그때 제대로 답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것이 왜 좋으냐?" 이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