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안경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을 처음 접해서 작가에 대한 소개 글부터 읽어 보았다. 그 글 중에서 눈에 띈 문구는 "악인" 이 등장하지 않는 글을 쓴다는 것이었다. 평상시 접해본 소설 속에서는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악인이 등장해서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악인이 없는 소설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함과 함께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 소설이라면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나 권선징악의 구도가 나오지 않아서 조금은 심심한 내용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소설의 첫 장을 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조금은 평이하게 흘러 긴장감이나 갈등 해소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등은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역시 이번 소설에도 악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굳이 찾아본다면 주인공 아케미가 어려서 당했던 집단 괴롭힘의 주축이었던 친구인데 그 친구도 아케미의 할머니의 따뜻한 애정에 조금은 변하게 된다.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 소설 그래서 조금은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읽기 시작한 이야기는 출근해야 하는 평일인데도 새벽까지 나의 잠자리를 미루게 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한 인물들의 각기 다른 색깔의 사랑들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했다. 너무나 가슴 아프고 그들의 사랑 중에서 어느 하나 미워할 수 없어서 그들의 사랑들이 모두 다 이루어지길 바라며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등장한 이들의 사랑 이 서로 얽혀 있어서 누군가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다른 누군가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는 갈등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조이며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보게 한다. 시한부 인생을 씩씩하게 버티며 병원에 있는 유지의 애인 아카네를 사랑하게 된 아케미는 유지의 죽음을 상상하다가 스스로 소스라치게 놀라고 만다. 유지는 어차피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으니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아카네와의 사랑을 꿈꾼다. 아케미의 사랑을 느끼지만 유지와의 사랑을 끝까지 지키며 유지의 죽은 후를 걱정하는 아카네의 사랑은 벌써 유지와의 추억 속을 헤매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다가온 죽음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은 너무나 힘들어하는 유지의 사랑은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잠시 눈을 감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이 끌렸던 아요이의 사랑은 아케미에게 몇 번의 고백을 거절당하며 쓸쓸하게 끝을 맺는다. 다른 이들의 사랑은 시작이라도 해보았지만 아요이의 사랑은 시작도 하기 전 꺾이고 만다. 등장인물들의 색이 다른 사랑이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아름답게 만들어간다.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공의 고양이 페로의 죽음과 고서점에서 주인공이 구입한 죽음에 대한 책으로부터 시작된다. 즉, 이 소설은 영원한 이별 죽음에서 시작해서 이별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극복한 이들이 새로운 시작 사랑을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사랑을 담고 있다.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넘쳐나서 정말 진실한 사랑을, 진정한 행복을, 진진한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죽어가는 연인을 보면서 긍정적이고 밝은 면만 보려고 자신의 눈에 "반짝반짝 안경" 이라는 가상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는 아카네의 따뜻한 사랑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정말 좋은 책을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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