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이야기 - 역사를 바꾼 은밀한 무역 예문아카이브 역사 사리즈
사이먼 하비 지음, 김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밀수라는 단어만으로도 은밀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흥미로운 책을 만나본다. 밀수라는 단어에서 오는 은밀하고 불법적인 이미지만으로 이 책을 접하기에는 조금은 어려울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나라의 틀을 세우고 무역이 활성화되기 전의 나라 간의 거래를 밀수와 연관 지어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방대한 양의 세계사를 무역이라는 틀 속에서 상당한 깊이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제목에서 말하는 이야기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재미나고 가벼운 느낌은 책의 도입부부터 깨어진다. 상당한 양의 세계사를 다루고 있고, 단편적인 이야기 위주가 아닌 큰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서 난해하고 다소 무겁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인지 가벼운 이야기가 아닌 잘 쓴 논문을 한편 본 듯하다.


책의 구성은 제1부 밀수와 탐험, 제2부 밀수의 제국, 그리고 제3부 밀수하는 세계까지 총 3부로 짜여 저 있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탕으로 시대순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데 1부에서는 밀수의 시작을 함께한 신항로 개척을 다루며 경계가 모호한 밀수와 탐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에서부터는 역사 속에서 역사를 바꾸기도 하는 밀수와 관련된 세계사적 사건들을 그 배경 등과 함께 자세하게 소개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다소 어렵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무역이 활성화되기 전보다 더욱 흥미로워진 밀수에 대한 이야기들이 어렵다는 느낌을 흥미와 재미로 바꾸어 준다.


무역, 세계화, 지정학 등의 용어가 밀수 때문에 나온 것이라면? 하며 이 책은 시작한다. 책을 끝까지 본 지금도 처음의 질문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필요에 의해서 각국의 이익을 계산하며 벌이는 무역협상이 또 다른 모습의 밀수 전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세계적인 규모의 첫 번째 밀수꾼들이 포르투갈인들이라면 역사 속에 기록된 우리나라의 첫 번째 밀수꾼은 목화씨를 가져와서 우리 민족의 추위를 덜어준 문익점이 되는 것일까? 아마도, 중국은 그렇게 여길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닐 것이다. 이렇듯 밀수도 상황에 따라서는 무역이 될 수 있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역사를 바꾼 은밀한 거래를 밀수로만 내몰기에는 무언가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재미나고 흥미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밀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세계사의 또 다른 큰 흐름을 보고 있는 듯해서 너무나 좋았다. 무역이라는 밝은 빛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 속의 밀수를 통해서 세계사의 흐름을 짚어낸 새로운 시각이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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