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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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리 작가의 자품을 처음 만나 본다는 기쁨에 책을 기다리는 동안 뜻밖의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안타까웠다. 남다른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던 작가의 영면 소식을 접하고 이 작품이 더욱 더 소중하게 다가온 것은 당연한 일일것이다. 슬픈 마음을 달래며 작가의 유작이 되어버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만나 본다. 너무나 두꺼운 책두께에 놀람도 잠시 시작부터 작가의 디테일한 묘사들에 사로 잡혀 이야기의 결말을 보고 싶은 바쁜 마음에 한번에 끝까지 읽어 버렸다. 이야기의 배경에서부터 인물의 묘사까지 너무나 생생해서 한편의 영화를 보는 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작가가 만들어낸 계급이 존재하는 가상의 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위의 인간들이 사는 1 지구에서 시작된다. 버림받은 땅 9 지구를 두 주인공 루미와 다윈이 기차를 타고 방문하면서 각 지구를 조금씩 보여주고 있는데 각 지구에 모습 아니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생생해서 이야기에대한 흥미를 더해 주고 있다. 이야기를 읽는 중간 중간 작품 배경이된 계급 사회는 어쩜 우리가 사는 사회일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물론, 이야기속과 같은 계급은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계급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를 보는 듯해서 말이다.


작품의 도입부를 보면서 30년전 제이 삼촌의 의심스러운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루미와 다윈의 활약을 그린 범죄 추리 소설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85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 속을 여행하면서 단순한 추리소설과는 비교가 되지않는 깊이있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느꼈다. 작가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리해가는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니라 범인이 살인이라는 극한 상황에 도달할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이라서 가질 수 밖에 없는 아픔과 고통을 그려내고 있는 듯하다. 삶을 살아가면서 인간이라서 직면하게 되는 수 많은 선택의 순간을 정말 디테일한 심리 묘사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다윈 영의 선택, 아버지 니스 영의 선택, 그리고 다윈 영과 니스 영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할아버지 러너 영의 선택까지 삼대에 걸친 선택이 이야기의 큰 줄기가 된다.


선과 악의 기준은 개인이나 사회를 떠나 모두 동일 한 것일까? 정의를 실현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언제나 옳은 일일까? 우리들의 마음속에도 작고 흐릿하지만 악의 뿌리가 자리잡고 있지는 않은지 자꾸만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열여섯 소년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가족간의 사랑을 보여주면서 우리들 마음속의 선과 악,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까지 돌아보게 하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삶을 다시 한번 돌아 볼 수 있게 해주어 행복함을 가져다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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