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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오르한 파묵, 엘리프 샤팍 이후로 세께 문학계가 주목하는 터키의 애슬리 페커가 쓴 [수플레] 를 만나 본다. '부풀리다' 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의 디저트인 수플레를 중심으로 한 요리가 소재인 조금은 특이한 소설이다. 음식을 소재로 한 인문학 서적들도 접해보았지만 그 책들은 음식이나 요리의 유래등을 통해 인류와의 관계를 조명해 보는 인문서 였다는 점에서 이 책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작가는 음식을 사랑의 표현으로보고, 음식을 만드는 요리가 이루어지는 부엌을 사랑이 만들어지는 장소로 여기고 부엌을 중심으로한 세 종류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p.291. 부엌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문이었다.
세 종류의 부엌이 위치한 배경부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작품 속에서도 나오지만 세상의 모든 이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예술의 도시 파리, 꿈을 이루기위해 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뉴욕, 그리고 동,서양문화의 다리 역할로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많이 간직한 터키 까지 주인공들이 생활하는 공간적인 배경은 너무나 환상적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각자의 부엌에서 사랑을 표현하고 그런 사랑을 지키려고 살아온 주인공들과는 거리가 있는 배경이라는 걸 쉽게 알게 된다.
p.290. 인생의 양념은 항상 너무 많거나 적었다. 우주는 한 자밤이 얼마나 되는 양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세가지 이야기가 각기 전개되어지지만 요리라는 소재에서, 부엌이라는 배경,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병환에서 오는 혼란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전개되어져서 세가지 이야기속 사랑을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다. 입양한 아이들의 부모에대한 잘못된 사랑과 필리핀 아내에게 진심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남편을 보면서 혼자 너무나 흥분해서 그들에게 복수하라고 릴리아를 응원했고, 아내를 먼저 보내고 슬픔의 날들을 보내다가 요리라는 새로운 뮤즈를 부엌에서 찾은 마크를 보면서 '나' 였더라면 하고 아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고, 치매걸린 어머님을 끝까지 병수발을 들며 딸의 출산을 걱정하는 페르다 를 보면서 끝없는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p.132. 지구의 중심은 거대한 쇠공이 아니라 모든 집의 부엌이다.
우리 어머님들께서 가족을 위해 사랑을 가득 담은 음식들을 만들어 주시던 부엌에서 가족간의 사랑을 키워갈 수 있도록 감동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정말 좋은 작품이다. 예상과는 다른 결말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 해 주고, 이야기속 자세한 레시피는 독자들을 위한 보너스인 듯하다. 감동적인 가족애를 만나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