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신화..토르를 만나다..

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ㅣ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그리스 로마신화보다는 덜 알려진 북유럽의 신화를 접해 보았다. 이 책은 여느 신화들 처럼 천지창조에서부터 라그나로크[신들의 몰락]까지를 32장의 재미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다.

흥미로운 북유럽의 신들을 재미난 이야기들로 때론 슬픈 이야기들로 너무나 잘 소개해주고 있다. 잘모르는 내용들을 조금씩 알아 갈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너무나 낯선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 읽는 도중 지칠만도 하지만 부록으로 실린 용어 해설집의 도움을 받으며 즐겁게 라그나로크까지 볼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조금 낯설고 특이하기까지한 그림들이 재미를 더해주어 지루할 틈 없이 단번에 읽었다.

영화를 통해서 익숙한 신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신들은 처음 접해보아서 많이 낯설었다. 하지만, 새로운 무엇인가를 접한다는 기분 좋은 낯설음이었다. 낯설음에서 시작된 설레임으로 읽는 동안 너무나 새로운 내용과 새로운 형식의 문장들을 보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에게서는 느낄수 없었던 조금은 인간적인 , 세속적인 면들을 볼 수 있었다. 신들의 세계에서도 인간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고 그로인해 신들의 존엄성은 조금은 훼손되어진 느낌이다. 또한 호전적인 바이킹들의 신화여서 그런지 조금은 생명의 소중함은 경시되고 있는 듯 하다.

북유럽 신화속 세상은 신들의 세계와 거인, 인간, 난쟁이들의 세계가 공존하지만 넘을수 없는 그들만의 구역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북유럽 신화속 신들은 끝 없는 호기심으로 다른 존재들의 세상을 기웃거리고 그런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다른 존재들을 단죄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개인적으로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신들의 세상에서 너무나 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로키에게는 누구도 단죄하지않는다. 로키에게는 너무나 관대하다. 신들의 수장 오딘이나 북유럽 신화가 낳은 슈퍼 스타 토르 마저도 로키에게는 어떤 처벌도 가하지 않는다. 물론 북유럽 신화의 단편들만을 모아놓은 책이어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같은 신인 로키에게는 너무나 관대한 것 같았다. 신들 자신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도 엄격하게 다루는 다른 존재들에게 가했던 행동들과는 너무나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이런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씁쓸함을 느꼈다. 권선징악의 동화속 신들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세속적인 면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듯한 신들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느꼈던 낯설음은 읽는 동안 북유럽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으로 바뀌었다. 북유럽 문화에 관한 책과 그림들을 좀 더 보고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켜준 책이다. 북유럽 문화의 근간이 된 신화를 볼 수있어서 너무나 좋았고 이 감동의 여운이 오래 지속될것같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할 다가오는 봄에는 새로운 천지창조를 만나보는것도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