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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17
연여름 지음 / 창비교육 / 2026년 8월
평점 :

"창비교육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21년 SF 어워드 중단편 부문 우수상,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수상한 연여름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소설 《페퍼》를 만나보았다. 소통의 기본은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순간 상대방의 소리는 소음이 된다. 누군가의 재채기 소리가 엄청난 소음으로 다가서는 영소는 그런 자리를, 관계를 피한다. 그런데 재즈음악은 좋아한다. 영소에게 소음과 음악의 차이는 무엇일까?
제목《페퍼》 후추는 시각적 이미지보다 후각적인 이미지가 더 강한 단어다. 그런데 작가는 재치기를 염두에 두고 청각적인 이미지로 의미를 확장시킨다.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도, 참을 수도 없다고 한다. 18살 은수의 재채기는 274살 영소의 마음을, 우정을 건드린다. 엄청난 청각을 가진 '낮의 헤더(뱀파이어)' 영소는 예상치 못한 재채기 소리가 언제나 당황스럽고 난감하다. 그런 난감한 상황을 피하던 영소는 은수의 재채기와 마주한다. 재즈 음악이라는 소리로 만나게 된 은수와 영소는 소음이라는 소리로 다시 연결된다. 밤의 헤더(뱀파이어)들로부터 함께 도주하며 조금씩 쌓아가는 우정 이야기가 흥미와 재미를 더한다.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던 은수와 영소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친다. 운석우가 쏟아져 도시가 무너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실종된다. 초능력에 가까운 청각으로 소음에 민감했던 영소는 운석우가 떨어진 아비규환의 중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고통을 참으며 은수와 함께 실종자들을 찾는 수색팀에 가담한다. 공감하며 소통하던 사람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운석우라는 시련은 흥미로운 이야기《페퍼》에 깊은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p.53. 동정인지 자기만족을 위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둘 다 싫었다. 나를 동정해도 되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었다.
타인과의 소통이 주는 소중함을 알려주는, 공감할 수 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따뜻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뱀파이어와 추격전을 벌이고 운석이 떨어져 사랑하는 이들이 실종되는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따뜻한 이웃과 우정을 통해서 유토피아를 꿈꾸게 하고 있다. 18 세 소년의 성장도 기대되지만 소녀 모습의 274세의 뱀파이어의 성장이 더 기대된다. 일부 어른들의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오랜 시간이 성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듯하다. 소중한 우정을 쌓아가는 두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멋진 청소년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