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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내
K.L. 슬레이터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평점 :

"반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영국의 심리 스릴러 작가 K.L.슬레이터의 스물두 번째 작품을 만나보았다. 남편과 아내가 등장하면 대부분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고 다른 누군가는 피해자가 된다. 그런데 《남편과 아내 HUSBAND AND WIFE 》속에 등장하는 파커와 루나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하기가 애매하다. 엄청난 부잣집 외동딸과 배관공 집안의 외동아들이 어떻게 연이 닿아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는 두 집안의 경제적 격차만큼이나 커다란 불안을 느끼게 하며 시작한다.
p.75. 상대의 비밀을 누설하면…결국 둘 다 망가지게 될 테니까.
무언가 모를 위화감이 주는 불안감은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이야기에는 세 명의 남편과 세 명의 아내가 등장한다. 파커의 아버지 칼 그리고 루나의 아버지 조. 루나의 어머니 마리 그리고 파커의 어머니 니콜라. 어느 날 파커와 루나는 파커의 부모에게 자신의 아이를 맡기고 회사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 그런데 루나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파커는 칼에게 인사도 하지 않으려 한다. 무언가 불안함이 묻어나는 가족. 언제부턴가 벌어진 가족의 틈을 매워보려고 애쓰는 니콜라.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하지만 그녀의 노력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고 마는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이제 이야기는 흐름의 방향을 바꾸고 전개 속도를 높인다. 가족 간의 갈등은 어느새 사회적인, 법적인 갈등으로 전환된다. 이제 파커와 루나의 갈등은 두 집안의 갈등으로 또 아내와 남편의 갈등으로 바뀌게 된다. 중환자실에 있는 아들과 며느리를 대신해서 손자를 돌보기 위해 손자의 옷을 챙기러 아들 집에 방문한 니콜라. 어쩌면 이 소설《남편과 아내》의 가장 큰 갈등은 니콜라의 오지랖이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아들 파커의 말을 들었더라면…….
"거기…가지…마세요."
"당장 버려요. 버리…라고요!"
살인사건 현장에서 사라진 피해자의 물건을 사랑하는 아이의 집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누구나 니콜라처럼 선택할 것 같다. 이 소설의 갈등의 시작이자 긴장감을 높이는 세 남편의 선택은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이성적이지도 감성적이지도 않은 정말 공감하기 힘든 선택을 하고 마는 파커, 칼 그리고 조. 이들의 운명은 틀어진 비도덕적인 행위로 인해 엉뚱한 곳에 다다르게 된다. 평범한 남편들의 멍청한 선택. 불쌍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 명의 아내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아이를 위해 남편을 신고하고, 아이를 위해 남편을 살인자로 몰고 또 아이를 위해 남편의 외도를 모르는체하는 아내들. 그들의 선택에는 늘 아이가 먼저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엄마들도 많지만 이야기 속 세 아내는 분명히 세 명의 '좋은 엄마'다. 여기서 심리 스릴러의 재미와 흥미를 극대화하는 문제가 등장한다. 좋은 엄마 vs 책임감 있는 시민. 눈에 보이는 이야기는 단순한 흐름이지만 그 속에 담은 심리적인 갈등은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정말 복잡하다. 복잡한 매듭의 실마리를 찾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