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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속의 비밀 1
댄 브라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1월
평점 :

"문학수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다빈치 코드》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댄 브라운의 신작을 만나보았다. 댄 브라운의 작품은 무엇인가(종교, 소설, 예술작품 등)에서 숨은 의미(기호, 고문자 등)를 찾아내며 비밀에 조금씩 다가서는 지적인 환상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들이다. 《비밀 속의 비밀》은 두 권으로 출판된 장편소설이다. 그중 전체 이야기의 도입부인 1권을 만나보았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여타 소설의 도입부와는 다르게 시작부터 마지막 페이지 끝 문장("알았어. 말할게.")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속도감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예술 작품, 유물, 상징, 문서는 진짜다.'라는 흥미로운 문장이 시작부터 시선을 고정시킨다. 전작들에 등장했던 주인공들과의 만남의 즐거움도 잠깐 스치듯 빠르게 지나간다. 과거 작품에 머무를 조금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고 빠르게 전개된다. 로버트 랭던과 캐서린 솔로몬의 로맨스가 액션 스릴러로 바뀌는데 걸린 시간은 얼마나 될까? 400여 페이지가 넘는 지면에 담긴 시간은 얼마나 될까? 프라하라는 아름다운 공간의 지하에서 어떤 비극적인 일이 벌어진 것일까?

오랜 세월 썸만 타던 중년의 과학자들이 사랑을 확인한 날 밤까지는 좋았다. 악몽을 꾼 솔로몬과 그녀를 달래던 랭던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너무나 참혹한 아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랭던은 시작부터 호텔 창문을 깨고, 강에 뛰어들며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를 보여주더니 결국 체코 비밀경찰(우지)에 쫓기게 된다. 아침까지 옆에 있던 솔로몬은, 로맨스는 어디로 사라지고 랭던은 혼자서 외롭게 미스터리 스릴러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기호학자인 랭던이 프라하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을 때 그의 편집자 포크먼도 전혀 다른 공간 뉴욕에서 엄청난 위험을 마주한다. 출판사 서버는 해킹당하고 포크먼은 납치당한다. 그런데 실종, 납치, 추적 등 강력 사건에나 등장할 것 같은 단어들의 시작이 무척이다 단순하다. 어찌 보면 허무하다. 솔로몬 교수의 책.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 원고, 연구 결과가 모든 사건의 시작이다. 무슨 연구, 어떤 결과가 달콤한 로맨스를 살기殺氣 넘치는 스릴러로 바꾼 것일까?
단순한 이야기가 미스터리 속으로 들어가면서 조금씩 복잡해진다. 출판과 관련된 이들에게 다가오는 조직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런데 이야기를 가장 복잡하게 만든 인물은 따로 있다. 골렘. 유대인을 지켜주었다는 유대인의 전설에 등장하는 진흙 괴물이다. 히브리어 '에메트'가 이마에 있는 이 괴물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판타지로 향한다. 어떤 여인을 지키기 위해서 살인도 망설이지 않는 골렘이 지키려고 하는 여인은 누구일까?

《비밀 속의 비밀》의 도입부 전개에 불과한 1권에서 정말 수없이 많은 반전을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랭던도, 솔로몬도 아닐 것 같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은데 각자가 가진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로웠다. 2권에서 만나게 될 골렘의 활약이 기대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진흙 괴물을 응원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전설과 과학이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영혼의 세계와 최첨단 과학의 공존이 가능할까? 전설과 역사 그리고 종교와 과학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댄 브라운의 식견識見에 다시 한번 놀랐다. 아름다운 프라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편의 미스터리 스릴러《비밀 속의 비밀》로 2026년의 시작에 기분 좋은 긴장감을 불어넣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