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 제1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김미수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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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p.277.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자신에게 이어져 오던 신념 같은 것, 종교 같은 것이 '빛'이었다. 숨어 있는 빛이 드러날 것을 믿으라고, 누구에게라도 한 줄기 빛이 되라던 말들.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북한 인권문학상을 수상한 김미수 작가의 제1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마중을 만나보았다. 마중. 누군가를 기다리는 순간은 설렘으로 들뜨고 그 설렘은 만남의 순간을 빛나게 한다. 진주 남강 변 10대 소녀의 마중은 어느새 할머니의 마중이 되었다. 설렘 가득했던 소녀의 첫사랑은 남강의 흐름처럼 역사 속에 천천히 파묻혀 그리움이 된다. 일제강점기에 헤어진 인연은 미군 손자의 도움으로 이어진다.


순이 할머니의 죽음과 함께 80여 년 전 '인연'이 마중으로 이어진다. 친구 해림 할머니를 기다리며 마중에 나섰던 순이 할머니의 손녀 지유가 이 안타까운 그리움을, 마중을 이어가는 주인공이다. 소설가 지유는 해림 할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일제강점기의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그 어둠을 걷어내기 위해 자신의 아픔을 드러낸 해림 할머니처럼 지유도 빛을 향해 나간다.


우리들이 참고 견뎌야 했던 일제강점기의 민초들의 팍팍한 삶을 만날 수 있다. 강제징용과 '위안부'라는 참혹한 현실에 무너져버린 종태와 해림을 통해서 국력의 소중함을, 자유와 단결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깊은 이야기가 종태의 '수기'로 이어진다. 개인적인 기록이 뼈아픈 역사가 되는 순간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주제는 무겁고 깊지만 문장은 간결하고 담백하다. 일렁이는 감정이 속도를 늦추게 하지만 가독성이 우수한 작품이다.


소설을 통해서 역사를 다시 보는 시간은 언제나 소중하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는 너무나 소중하다. 80여 년 전 아픔을 오늘 다시 생각하게 하는 건 그때의 아픔과 슬픔을 잊지 말기를 바라는 작가 김미수의 소중한 마음일 것이다. 과거의 흔적들이 모여 미래가 되듯이, 개인의 이야기가 모여 인류의 역사가 되듯이 역사를 그린 작품들이 쌓여 오늘을 살아갈 바탕이 되고, 미래로 나아갈 에너지가 될 것이다. 《마중》이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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