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아
김필산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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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엔트로피아는 세 가지 책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김필산은 그중 두 번째 이야기 「책이 된 남자」로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을 수상했다. 물리학과 인지과학을 전공한 작가가 만든 SF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제목에서 어렴풋하게 느껴지듯이 양자역학 개념이 등장하고 양자역학의 확률과 분포가 시간과 결합한다.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감성적인 SF 소설이 아닌 조금 더 과학적인, 물리학적인 SF 소설이 보인다.


p.217. "…그 게르만 철학자는 우주에 잠재하는 혼돈의 양을 '엔트로피아'라는 말로 칭했네."


세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로 등장하는 시간을 거꾸로 사는 선지자는 미래는 정해져있고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죽음으로부터 출생을 향해가는 선지자는 시간적으로는 2000여 년 동안 시간을 거꾸로 살고 있고, 공간적으로는 미래 한국에서 태어나 로마 제국으로 동에서 서西로 이동하고 있다. 로마 제국의 한 장군이 제국의 운명을 알고 싶어 선지자를 찾는다. 그런데 미래를 예언한다는 선지자의 모습이 보통의 상식을 벗어나있어 장군은 실망한다. 어린아이.


어쩌면 어린 선지자는 장군에게 자신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해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지도 모르겠다. 미래는 변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말을 믿게 하기 위해 어린 선지자는 설득이 아닌 이야기를 선택한다. 《엔트로피아》는 그런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액자소설처럼 또 연작소설처럼 느껴지지만 형식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이미 기존의 말랑말랑한 SF 소설과는 다른 특별한 SF 소설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시간 개념은 '결정''거꾸로' 앞에서 방황하게 된다.


거란의 멸족을 막으려는 태자의 노력도「거란의 마지막 예언자」, 과거로부터의 침공을 막으려는 정치학자의 노력도「두 서울 전쟁」 결정론적 미래관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미래의 역사만 기억하고 과거는 기억하지 못하는 선지자는 필연적으로 예언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결정된 미래'는 장군도, 태자도 받아들일 수 없어고 그렇게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 「책이 된 남자」는 컴퓨터의 연산, '알고리즘'을 떠오르게 해서 더욱더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다.


p.115. "…미래는 정해져 있다. 역사는 쓰인 그대로 흐른다…. 그렇다면 대체 그대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이오?"


세 개의 이야기 모두 정말 정말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선물할 것이다. 타임머신에 특급도 있고 완행도 있고 보통도 있다는 발상도, 미래의 한국이 동맹을 맺게 되는 국가의 정체도 놀랍기만 하다. 물리학이 깊게 스며든 멋진 SF 소설을 기대하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김필산 작가가 안내하는 '결정된 미래'로 떠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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