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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층 탐정
정명섭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6월
평점 :

"팩토리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한국추리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정명섭이 들려주는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보았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가진 '반전'은 범인으로 이어진다. 범인인 줄 알았던 사람이 범인이 아니기도 하고 범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반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뛰어난 스토리텔러 정명섭은 《76층 탐정》에서 범인이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범인이 되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특별한 '반전'을 보여준다. 소설의 흐름은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에필로그로 끝맺음한다. 그리고 그 사이의 본문은 과거와 현재, 두 시점으로 흐른다. 아마도 현재와 과거의 교점에 범인이 있을 것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현재와 과거의 흐름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물론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게 놔둘 리 없다. 그렇게 이야기 속 주인공 유혜린과 함께 추리가 시작된다. 서울 근교의 고층 아파트 76층에 사는 유혜린은 취미로 요가를 배웠고 요가 학원에서 떠난 인도 마이소르 여행에 동참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성신의 추락을, 자살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그의 자살에 의심을 품고 귀국한 유혜린 바로 옆에 커다란 화분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사고를 미리 알려준 이들이 유혜린을 찾아온다. 그렇게 이야기는 폭을 넓혀가고 주제는 깊이를 더해간다.
p.172. 정확하게는 어떻게 파멸시킬지를 고민했다.
p.191. …거의 꺼져갔던 타인의 행복에 대한 증오심이 다시 활활 타올랐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처럼 누구나 남의 행운을 부러워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부러움'이 질투를 넘어 '증오심'에 닿으면 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과거'이야기를 보면서 주인공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주인공이 선택한 방법이 아닌 떠나는 방법을 선택했겠지만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이야기를 보면서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행복'을 무너뜨리기 위해 몇 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의 삶을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었다. 남의 행복을 파멸로 이어지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머나먼 인도에서 벌어진 추락 사건의 전말을 만나보길 바란다. 추리소설의 재미를, 대반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인물들과의 만남은 덤이다. 해커는 기본이고 사이버 장의사 그리고 결정적으로 왠지 모르게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76층 아파트에 사는 리치 언니를, 매력적인 탐정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