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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죄
존 위티 주니어 지음, 정두메 옮김, 김형태 감수 / 한길사 / 2025년 5월
평점 :

"한길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독서할 책을 고를 때 '제목'의 끌림만으로 선택하는 탓에 가끔은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번에 뜻하지 않게, 소설인 줄 알고 만난《아버지의 죄》의 경우가 그러했다. 책을 받고 저자의 약력을 보는 순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저자 존 위티 주니어 교수는 미국 헌법과 종교의 관계를 연구하는 법학 박사다. 법과 종교 연구 센터 소장이며 법과 종교 분야의 권위자로 300여 편의 논문을 출간했다는 약력이 이 책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
p.24. 혼외자의 원칙은 신학적 교훈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법원칙에도 어긋난다.
법도 어렵지만 종교도 그에 뒤지지 않을 만큼 난해하다. 특히 《아버지의 죄》에서 다룬 '혼외자'라는 주제는 더욱 난해하다. 하지만 처음 느낀 두려움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책 속으로 조금만 둘어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비난과 제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혼외자'. 그런데 '혼외자'에 대한 '보이는 차별'이 구약성서에 기록될 정도로 오래전부터였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p.283. 이와 반대로 이후의 기독교 황제, 가톨릭 교황, 개신교 군주들은 사생아에 대한 대우의 시발점을 포용이 아닌 소외로 바꾸었다.
어른들의 잘못을 아이에게 전가하는 많은 것들 중에서 가장 큰 것이 혼외 욕정의 결과를 아이에게 돌리는 것이다. 어른들의 잘못된 욕정의 책임을 왜 아이들에게 전가하게 되었을까? 또 아이들에게 전가했던 도덕적 책임과 법적 권리의 제한은 언제쯤 없어지게 될까? 그런데 '혼외자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게 큰 이슈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조금씩 접하다 보면 혼외자라는 이슈가 법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정말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혼외자의 권리와 대우에 대한 이야기를 고대부터 현재까지 촘촘하게 들려주고 있다. 허균이 만들어낸 '홍길동'의 외침이 생각나는 책이다. 상속권을 잃은 '혼외자'들이 선택한 길은 무엇이었을까? '차별'이라는 커다란 이슈를 '혼외자'라는 키워드로 풀어놓은 드시다. 다소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다룬 책이지만 저자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쉽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