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링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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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일반문학과 아동, 청소년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생태 작가 이상권《휘슬링》을 만나보았다. 특서 청소년문학 43번째 작품인 《휘슬링》은 제목처럼 가볍게, 흥미롭게 시작한다. 수채 가족은 강아지를 입양하고 '덤덤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덤덤이가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도 한다. 물론 이사한 목적은 수채와도 관련 있지만.


p.26. 대체 숲이란 어떤 힘을 갖고 있을까. 왜 이런 낯섦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할까.


유쾌하게 시작한 이야기는 이내 중학생 수채의 불안한 어둠에 맞닿으며 무겁게 흐리기 시작한다. 정말 다양한 문제들이 어린 수채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이야기를 접하는 내내 어른도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십 대 수채를 힘들게 하는 심적 불안은 모두 어른들이 만든 것 같아서 미안하고 또 안쓰러웠다. 자신의 개를 지키겠다는 이유로 들개들에게 몹쓸 짓을 한 것도 어른들이고, 자신의 아이를 지키겠다고 다른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도 어른들이다.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함께'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에게는 남들과의 '관계'가 필연적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은 '함께'라는 개념이, 배려라는 개념이 낯설고 서툰 10대 아이들에게 '우리'라는 테두리 속에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은 힘들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미주는 혼란스럽고 불안한 날들을 힘겹게 버틴다. 그런 수채에게 유일하게 힘이 돼준 것이 덤덤이이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주는 휘파람이다. 수채에게도 자신의 편이 되어준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도 어른들에 의해 멀어진 지금 수채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아니 누구일까?


함께, 배려라는 개념이 낯선 아이들은 그 까닭으로 상처의 깊이도 깊고 치유 기간도 오래가는 듯하다. 아이들의 그런 상처를 이 책《휘슬링》은 강아지와 숲이라는 자연으로 감싸주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무게감을 더할수록 따뜻함도 더해지는 듯하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들개들과 집개들도, 개성 강한 중학생 아이들도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휘슬링》을 통해서 아이들은 '우리'와'함께'라는 낯선 개념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또 '우리' 속에 '나'가 아니라 진정한'나'로서 살 수 있는 힘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힘든 과정을 겪고 각자 자신들의 길을 선택한 친구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수채도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용기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든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슬프게 불던 휘파람을 신명 나게 불 수 있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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