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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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처음 느낌은 제목이 비슷한 유쾌한 소설과 비슷하다. 그런 느낌은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 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라는 부제가 확신을 준다. 하지만 유미 작가가 들려주는 '간병기'는 옅은 미소보다는 진한 슬픔이 묻어난다. 더욱더 그렇게 느끼게 된 건 아마도 3월 말 담도암 수술을 받은 형님께서 힘들어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님의 초점 없는 눈을 보았을 때는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에세이 속 어머님께서는 세 번(유방암, 신우암, 폐암)의 암 수술을 겪으시고 다시 뇌종양을 판정을 받으셨다고 하니 얼마나 힘드셨을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리고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은 또 어떠했을지. 이야기는 '삶의 질에 비해 죽음의 질이 너무나 떨어진다'(p.204)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노인 돌봄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너무나 많이 보이고 또 그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p.40. 응급실에서 엄마는 존엄성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처리해 줘야 할'대상'이었다.


안전이냐 자유냐 또 보호냐 자기의지냐 라는 서로 절충되기 힘든 관점의 충돌을 일상이 무너진 가족의 시선에서 너무나 차분하게 그리고 있어서 더욱더 집중해서 글을, 문장을 따라가게 하고 있다. 누군가의 죽음은 남은 이들에게 많은 숙제를 남긴다. 그리고 그 숙제는 회한으로 남아 깊은 아쉬움 속에 잠기게 한다. 아쉬움이 그리움이 되고 좋은 이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또 인생의 마지막을 내 마지막 자존감을 지키며 마무리할 수 있기를 이 책은 바라고 있다.


이 책은 삶에 대한 열정으로 힘든 투병을 또 간병을 하고 있을 사람들에게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선물하고 있다. 또 연로한 부모님을 둔, 오늘을 살고 있는 자식들에게는 간병이라는 어려움을 직시할 수 있도록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와 4번의 암 수술을 이겨내고 조금이나마 일상을 찾은 저자의 어머님께서 함께 출연한 EBS 3부작 다큐프라임〈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죽는 것보다 늙는 게 두려운"편에서 의료인류학자 송병기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왜 가슴에 남는가 하는 질문에 답은 이 책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나의 목소리, 나의 서사가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이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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