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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증명
단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2022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단요의 신작을 만나보았다. 2023년 문윤성SF문학상과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하고, 2024년 문학동네신인상 평론 부문에 당선된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작가의 작품답게 청소년 소설답지 않은 깊이를 보여준다. 복제인간이나 신경 조직을 컨트롤하는 칩을 심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등장하던 소재이다. 하지만 단요 작가가 보여준 복제인간, 뇌-신체 인터페이스 기기 등의 소재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목소리의 증명》에는 세 개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한 사람 '태서'의 머릿속에서 세명이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삐쳐서 대화에 빠지기도 하면서 상황에 따라 태서의 주인자리를 차지한다. 그런데 대부분 1호와 3호가 태서 두뇌의 주인이 된다. 번뜩이는 지혜를 가진 2호는 1호와 3호가 달래고 늘 감시하는 '존재'다. 멋진 아이디어를 가진 반면 너무나 강력한 폭력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를 옥상에서 밀어 벌이자고 나서는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p.32. 덕분에 나는 행위의 본질을 결정하는 것은 행위 자체가 아니라 전후 맥락이라는 사실을 조금 일찍 배웠다.
1호는 어렸을 때 들었던 자신의 부모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가출을 감행해서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부모를 찾아 나선다. 구역별로 이동하는 자유가 통제되는 사회에서 가출은, 구획별 이동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말썽쟁이 2호의 눈부신 활약?으로 가출에 성공하고 뜻하디 않게 지금 사회를 움직이는 최고 권력 기구 '문명재건청'에 들어가게 된다. 물론 병원이었지만. 그곳에서 태서는 1호, 2호 그리고 3호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자신을 둘러싼 비밀의 시작은 어디서부터 일까?
자신이 태서 뇌의 진짜 주인이라는 1호와 어른들이 바라는 착한 소년인 3호의 계속되는 자리싸움이 지적인 즐거움을 준다. 자신이 태서 몸의 주인이라고 논리적으로 다투는 열일곱 살 소년들의 지적인 대결이 흥미롭다. 그런데 가끔씩 등장하는 폭력적인 2호를 만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개인의 '자유'를 사회라는 이름으로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수위는 어느 정도까지일까? 사회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이 개인의 존재, 자존감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머릿속에 세 명의 존재가 있다면 진짜 자아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