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색환시행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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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으로 제156회 나오키상과 제14회 서점대상을 받은 온다 리쿠의 엄청난 작품을 만나보았다.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모두 받고 서점대상을 두 번 받은 뛰어난 작가의《둔색환시행 鈍色幻視行 은 15년이라는 엄청난 집필 기간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꿀벌과 천둥』도 10년이 넘는 집필 기간이었으니 작가의 끈기와 노력은 검증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작품《둔색환시행》속에는 또 다른 소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소설《밤이 끝나는 곳》이 이 작품의 중요한 흐름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 역시 《둔색환시행》과 함께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도 《둔색환시행》 만큼 흥미롭다는 것이다. 세 명의 엄마가 있는 아이가 유곽에서 자란 까닭은 무엇일까? 이 작품도 꼭 만나보고 싶다.


이야기는 소설가 고즈에가 2주간의 여행을 위해 승선하면서 시작한다. 2주간의 크루즈 여행. 누구나 꿈꿔보지만 다양한 이유로 이루지 못한 여행을 변호사인 남편 마사하루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다. 무론 여행의 목적은 《밤이 끝나는 곳》에는 저주받은 소설에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려고만 하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저주 받은 소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그 소설과 연관된 인물들을 크루즈에 동참시켜 그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p.101. 사람은 언제나 어두컴컴하고 긴 복도를 걸어 다니며 자신을 위한 방을 찾는다. 늘 새로운 방을 원하면서도 다음 방문을 열기를 주저한다.


첫 번째 영화 제작 과정에서 네 명의 제작진이 불에 타 숨지고 두 번째 제작 과정에서는 출연했던 배우 둘이 죽는다. 그리고 최근에는 드라마 극본으로 각색을 맡았던 작가 이즈미가 자살한다. 이 정도 되면 정말 저주받은 소설이 맞는 분위기다. 그런데 첫 번째 화재는 방화가 의심되고 두 번째 사건은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인데 흉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 고즈에와 마사하루의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그런데 다 같이 모여 진실에 접근해 갈 때쯤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허구'에 능한 사실이라는 점이 인터뷰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게 한다. 영화감독, 프로듀서, 배우, 만화가, 편집자 그리고 평론가. 고즈에는 함께 가 아니라 각자 개별 인터뷰를 시도하고 그 속에서 각자의 사연이 더해진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소설가 고즈에는 창작 과정의 어려움을 들려주고 남편 마사하루는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미스터리 소설로 다가온 이야기는 인간의 존재라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역시 온다 리쿠라는 생각이 작품을 접하는 내내 들었다. 영상화를 시도하면 엎어지고 마는 소설의 실화를 바탕으로 온다 리쿠가 만들어낸 두 이야기가 정말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하는 장편소설이다. 뛰어난 작가의 필력이 들려주는 인간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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