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십자가의 숲
길혜연 지음 / 공중정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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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문학도서 여행 에세이 『마음은 천천히 그곳을 걷는다』의 저자 길혜연 작가의 첫 장편소설《하얀 십자가의 숲》을 만나보았다. 오랜 시간을 투자한 작품이라는 설명답게 재미나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촘촘하게 짜여있다. 과거와 현재, 서울과 파리가 연결되고 일제 강점기와 분단된 대한민국이 연결되면서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250여 페이지에 담기에는 너무나 큰 이야기인듯싶었다. 근현대사를 살았고 또 살고 있는 삼대三代 이야기의 요약 편을 본듯하다.


p.16. 고아(孤兒), 외로운 아이. 그래서 온전한 성인들은 저마다 외로운 아이 하나를 가슴속에 숨겨 두고 있다.


한국 국적을 회복하지도 않았고,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지도 않은 체 대만 국적으로 파리에서 살던 정해용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혹시 내가 아는 그 사람인가 싶은 역사적인 인물도 등장하지만 절묘하게 잘 짜인 멋진 허구다. 특히 주인공 정해용의 삶은 한恨 그 자체일 것 같았다. 잠깐 등장하는 단옥의 삶도 다르지 않다.


p.57. 인생에는 승리도 패배도 없어. 그냥 살아가는 거지.


제국주의의 강제 침탈에 대항한 대한제국의 황제도, 일본의 유명 화가도 만날 수 있지만 그들의 모습이 조금 다르다는 것도 이 소설이 주는 재미이다. 엄청난 속도감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재미와 흥미가 넘치는 책이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스토리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소중한 의미에 있는듯하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을까?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일본 제국주의를 피해 파리의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젊은이 정해용의 삶을 우연히 만나 조금씩 깊게 추적해가는 김현우의 등장은 정말 우연일까? 작가가 들려주는 '우연'과 '필연'이야기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거기에 다양한 문학 작품과 허난설헌의 시 등도 감상할 수 있어 인문학 도서처럼 접할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도 주고 있다. 어압御押과 어보御寶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압의 사진이 실려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소설책에. 어압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개인의 한恨을 넘어서는 커다란 이야기와 만나게 된다.


"공중정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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