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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문
아쿠타가와 나오 지음, 이진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9월
평점 :
아쿠타가와 나오 작가의 데뷔작 《스트로베리 문 ストロベリ-ム-ン》 을 만나보았다. 첫눈에 사랑을 직감한 열여섯 소녀의 안타까운 마지막 사랑과 만난 지 몇 시간 만에 사귀자는 소녀의 미모에 빠진 열여섯 소년의 순수한 첫사랑이 만들어내는 가슴 아픈 소설이다.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눈에 띄는 외모의 이성이 만난 지 3시간 만에 사귀자고 한다면 살아온 날이 길수록 그 사랑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질 것 같다. 의심부터 할 테니 말이다.
제목 '스트로베리 문'은 아메리카 선주민들이 사용하던 보름달의 6월 이름으로, 평소보다 붉은 보름달이다. 아메리카 선주민들이 딸기 수확철인 6월에 딸기 풍년을 기원하면서 붙인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스트로베리 문은 '함께 보면 연인을 맺어준다'라는 로맨틱한 소제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렇게 로맨틱한 역할만을 하지는 않는다.
지각으로 입학식에 참석하지 못한 히나타는 교문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한 소녀를 만난다. 그리고 잠시 뒤 한 반 그것도 앞자리에 앉은 모에와 재회한다. 썸 타고 밀당할 시간도 아까운 건지 모에는 사토에게 사귀자고 말한다. 만나지 3시간 만에. 그렇게 사토와 모에의 순수함에 눈이 부시는 풋풋한 사랑이 시작된다. 사토는 모에가 평범한 자신에게는 너무나 과분한 여자 친구라 생각해서 친한 친구들에게조차 둘이 사귄다는 것을 비밀로 한다. 히나타와 모에의 비밀스러운 연애의 절정은 둘이 함께 '스트로베리 문'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행복한 절정은 비극적인 결말로 빠르게 치닫고 만다.
모에가 왜 그렇게 히나타를 원했는지 또 왜 그렇게 둘의 만남을 서둘렀는지 알게 해주는 모에의 일기는 갑자기 눈앞을 흐리게 한다. 가슴 시린 사랑이 이런 것일까? 내일의 꿈이 아닌 어제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오늘을 버텨야 한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일까? 이별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모에의 모습도, 사토의 모습도 너무나 안쓰럽다.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까? 아무리 준비해도 죽음이 주는 슬픔의 깊이는 얕아지지 않을 것이다. 예정된 이별의 시간이 둘의 사랑을, 히나타의 사랑을 더 깊게 만든다. 피할 수 없는 슬픔의 깊이만큼 히나타의 사랑은 더욱더 깊어진다. 그게 더 안타깝다. 스트로베리 문을 함께 보면 맺어진다며(몇달 만났으니 맺어준건가?)... 맺어지게 했으면 책임을 지셔야지... 오늘따라 달님이 너무나 야속하다. 혼자 남은 사랑은 어떻게 하란 말인지.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