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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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lumiere
1. 빛, 햇빛 2. [비유] 앎, 깨달음 3. 설명, 규명


《빛이 이끄는 곳으로》는 프랑스의 젊은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폴 메이몽상을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한 건축가 백희성의 장편소설이다. 독특한 매력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책이다. 미스터리 소설 같은데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닌 집과 추억이다. 집의 미스터리를 풀면 그 집에 살았던 누군가의 추억으로 연결되고 그 추억을 바탕으로 다시 집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신비할 정도로 집의 비밀에 빠져들게 하는, 누군가의 추억 속에 빠져들게 하는 멋진 이야기다.

p.78.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자연의 소리를 담는 공간이라고? 건축계에 몸담은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파리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주인공 뤼미에르는 저택의 주인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조건에 따라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왈쳐요양병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매년 비슷한 시기에 그곳을 찾은 네 번째 건축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된 이유는 병원 건물이 가진 비밀을 알아내기에 오래된 건물에 대한 애정을 가진 건축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집 주인 피터 왈쳐의 두 번째 질문의 답은 쉽게 찾았지만 피터의 첫 번째 질문의 답에는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왜 4월 15일인가?"

주인공 이름 뤼미에르가 뜻하는 빛을 통해서 병원 건물의 비밀도, 센강변 저택의 비밀도 하나씩 풀어간다. 그런데 뤼미에르는 앎과 깨달음을 비유한다고 한다. 건축가였던 피터의 아버지 프랑스와가 설계한 저택과 병원을 통해서 건축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가고, 또 사랑과 추억이 담긴 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이름 뤼미에르가 이 소설에서 가지는 의미는 또 다른 재미로 다가선다.

집에 숨겨놓은 비밀을 하나둘 찾아가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뤼미에르를 뒤따르며 느끼던 재미와 흥미는 어느새 감동과 맞딱뜨린다. 저택에 숨겨놓은 비밀들을 찾아가는 즐거움이 감동과 대면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혼자서 조용히 읽기를 권하고 싶다.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저택에 살았던 두 사람의 삶을 마주하다보면, 4월 15일이 가진 의미를 알게되면 자연스럽게 눈시울을 적시게 될테니 말이다.

p.126. 내게 이 병원은 더 이상 하나의 건축물에 그치지 않았고 보물처럼 느껴졌다. 역사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향기로운 보물 말이다.

빛을 통해서 풀어가는 집이 간직한 비밀은 흥미롭고 재미나다. 하지만 그 비밀이 들려주는 집이 품은 추억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미스터리한 삶을 풀어 감동에 묶어놓은 정말 묘한 소설이다.

"북로망스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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