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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1963년 『죽음과 즐거운 여자』로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한 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만나보았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소개 글답게 중세 웨일스의 지도와 성 바오로 수도원의 안내도가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장편소설이다.
p.19. 그래, 이 젊은이가 수사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 비단 경건한 신앙심 때문만은 아닐 테지.
'수사修士'를 '수사搜査'로 받아들이면서 캐드펠이 형사인 줄 알았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 시리즈'의 가가 교이치로 형사와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베크 형사를 소환했었다. 명탐정 코난도. 수사 시리즈의 첫 작품과의 만남은 언제나 설렌다. 하지만 그 설렘은 그렇게 길지 못했다. 어떤 모습의 형사를 만나게 될까 하는 설렘은 성 바오로 수도원의 안내 도와 함께 사라지고 새로운 의구심이 생겼다. 신을 믿고 모시는 수사들이 생활하는 수도원에서 형사가, 탐정이 필요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을까? 범행 장소가 수도원일까? 그렇다면 범인은 누굴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에서 캐드펠 수사는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는 임무에 참여하게 된다. 웨일스어를 통역하는 역할로 부수도원장 일행과 함께하게 되는 것이다. 권력욕이 눈에 띄는 이들이 수사라는 점이 의아할 정도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거기에 신분과 신념을 뛰어넘는 로맨스도 보인다. 중세 영국과 웨일스의 역학 관계 그리고 왕권과 종교의 미묘한 관계까지 역사 소설의 재미와 흥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잔잔하게 흐르던 이야기는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줄 수 없다는 그 지역 영주의 등장으로 조금씩 출렁이기 시작한다. 그 출렁임은 유골 반출에 반대하던 영주의 죽음으로 태풍으로 변한다. 누구 것인지 명확한 표시가 있는 화살을 맞고 죽은 영주의 딸은 캐드펠과 함께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선다. 범행 동기도 범행 수법도 평범하지 않다. 범인을 추리해 볼 수 있는 단서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와 흥미를 배가시켜준다.
소유욕에 눈이 멀어 뇌물을 주려고 하는 부수도원장의 모습과 명예를 중시하는 지방 소도시의 영주의 모습이 비교되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신념을 지키기 위한 삶을 선택한 수사 캐드펠의 다음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다음 이야기의 배경과 사건 형태가 벌써 궁금하다. 시리즈의 시작부터 작가의 매력에 빠진듯하다. 수사 캐드펠이 선물해 주는 지적 즐거움을 만나보는 행복한 책이다.
"북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