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키 호택 - 한국판 돈키호테 임택, 당나귀하고 산티아고
임택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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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한 677일을 담은 『마을버스로 세계여행』의 여행작가 임택이 이번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난다. 그리고 825㎞에 달하는 기나긴 여정을 《동키 호택》에 담았다. 제목부터 색다른 느낌을 가진 책은 순례자들에게 너그러운 스페인 사람들의 정情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자 임택이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친절'에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저자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묵묵히 동행한 당나귀의 이름이다. 그리고 왜 제목을 짐꾼?으로 함께 한 당나귀 이름으로 지었는지는 책 속에서 촘촘하게 들려주고 있다. 스페인에 갈 때 아니 정확하게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도전하고 싶다면 당나귀와 함께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스페인 사람들의 당나귀 사랑을 만나게 된다면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을 것이다.


p.9. 호택이는 흡사 냇가에 놓은 징검다리처럼 사람들을 다가오게 하는 도구였다.


당나귀에 대한 그들의 대우는 최상이다. 빵도, 물도 당나귀'동키 호택'이 우선이다. 왜 스페인 사람들은 당나귀를 사랑하는 것일까? 심지어 그들의 택배 시스템을 동키 서비스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 택시(저자의 영문 이름)와 동키 호택의 여행은 주도권 다툼으로 시작한다. 당나귀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면 큰일 난다는 당나귀 주인의 조언에 따라 저자는 당나귀의 고삐를 꽉 잡는다. 하지만 긴 여정을 함께하면서 둘은 종을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렇게 고삐는 유명무실해진다.

들을 지날 때면 동키 호택보다 먼저 호택이 좋아하는 풀을 찾게 된 저자의 여정은 느리기만 하다. 하지만 느린 만큼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되고 또 더 많은 것을 더욱 촘촘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하루에 다른 순례자들의 반도 안되는 거리를 걸으면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엄청난 추억을 만든다. 동키 호택과 택시의 이별이 걱정될 정도로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앞으로 나간다. 마치 친한 친구와 동행하듯 저자는 동키호택에게 사랑을 베푼다. 동키호택도 택시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 둘의 사랑은 이별의 순간 어떻게 반응할까? 가장 흥미롭게 기대한 부분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보다는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 조금 더 깊은 생각에 빠져보고 싶은 욕심에 혼자만의 여행을 즐긴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와의 여행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나귀와 함께 산티아고 길을 걷는 저자의 모습을 그리며 자라난 부러움이 동키호택과의 교감을 보면서 공감으로 바뀌었다. 또 자유와 함께하는 여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게 해준 책이다.


"책이라는신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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