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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노랑나비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평점 :
"미운 건 전쟁이었지, 사람은 아니었어."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한 한정기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그 여름 노랑나비》를 만나보았다. 특별한서재의 청소년 브랜드 특서청소년문학의 서른일곱 번째 작품인 《그 여름 노랑나비》는 고은과 선예라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소녀가 번갈아 가면서 자신의 일상을 진솔하게 들려주는 형식을 가진 소설이다.
그런데 선예와 고은의 관계가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외할머니와 손녀. 구십네 살 할머니와 열여섯 살 손녀의 달콤 쌉싸름한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할머니의 열여섯 살은 어땠을까? 고은이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열여섯 살 선예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쟁'이라는 커다란 이슈를 맞닥뜨리게 된다. 전쟁에 대한 많은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사람들 사이의 '관계'로 확대된다.
p.161. 외할머니는 온몸으로 전쟁을 겪으면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저절로 깨달았던 건지도 몰랐다.
선예의 열여섯 살은 전쟁이라는, 이데올로기라는 공포가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때였다. 고은이는 할머니의 '그때' 이야기를 들으면서 친구 은비와의 관계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접하는 아이들도 고은이처럼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관계'에 대한 생각을 폭넓게 또 깊게 해 보았으면 좋겠다.
전쟁 중에 만난 적군도 밉지 않은데 옆에 있는 친구들을 미워할 까닭이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혼자서 살 수는 없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이들도 누군지 알지 못하는 이가 만들어낸 재화를 사용하며 살아간다. 외롭고 지친 친구가 있다면 손 내밀어 줄 줄 아는 멋진 친구가 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르쳐 주는 책이다.
외할머니의 이야기는 외할머니 선예에게 추억을 선물해 주었고, 손녀 고은에게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그리고 둘의 대화를 보는 우리들에게는 인간애라는 커다란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고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그 여름 노랑나비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올여름 노랑나비가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를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